산업

중동 긴장에 국제유가 급등…국내 주유소 가격도 반등 조짐

우용하 기자 2026-07-26 15:39:24
브렌트유 한때 100달러 돌파…석유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 국내 휘발유·경유 하락폭 축소…반등 가능성 커져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알림판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되면서 국내 유가 안정 흐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차질 가능성이 커지자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충격을 막고 있지만 중동발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주유소 가격도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갈등 재점화 이후 국제 석유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가능성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이 겹치면서 중동산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이 다시 부각됐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90.40달러, 브렌트유는 96.78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89.31달러를 기록했다. 1주일 전보다 10달러 안팎 오른 수준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빠르게 올랐다. 지난 24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국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65달러, 휘발유는 120.82달러, 등유는 158.29달러로 집계됐다. 전날에는 경유 167.61달러, 휘발유 124.74달러, 등유 161달러를 기록하면서 최근 두 달여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실제 공급 부족보다 향후 차질 가능성이 먼저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일정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지만 이번에는 운항 차질과 원유 조달 불안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제품 가격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아직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낙폭은 크게 줄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72.4원으로 전주보다 5.1원 내렸다. 앞서 7월 둘째 주 59.1원, 셋째 주 15.5원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 하락 속도가 둔화됐다.
 
경유도 비슷한 흐름이다. 같은 기간 전국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56.9원으로 전주보다 5.6원 낮아졌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국내 판매가격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8차 석유 최고가격을 7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는 등 가격 안정 장치를 유지 중이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도 9월 말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했다. 국제유가 급등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수급 대응도 병행되고 있다. 중동산 원유는 송유관과 선박 간 환적 등 우회 경로를 통해 일정 물량이 들어오고 있으며 국내 정유사들도 미주와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산 원유 도입을 늘리며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사태가 길어질 경우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로 단기 충격은 줄일 수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정책 대응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업계 손실 규모가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가격 억제 정책을 무기한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향후 1~2개월이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중동 사태로 인한 원유 조달 차질과 운송 지연이 실제 수급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국내 정유사의 조달 비용으로 이어지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