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예쁜 것만으론 부족하다"…유통업계, '브랜드 경험' 디자인

정보운 기자 2026-08-09 08:00:00
패키지부터 공간·축제까지…브랜드 '보는 것' 넘어 '경험하는 것'으로 GS25는 디자인, 창고43은 리브랜딩…신세계·하이트진로도 감성·체험 강화
GS25 '소비뇽레몬블랑하이볼' [사진=GS리테일]

[경제일보] 좋은 제품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시대다. 유통업계는 디자인과 리브랜딩, 공간 연출, 브랜드 축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감성까지 전달하는 '브랜드 경험'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감성과 경험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험을 공유하고 브랜드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에 더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에 이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2관왕에 올랐다.

수상작인 '소비뇽레몬블랑하이볼'은 원물 사진을 강조하던 기존 주류 패키지와 달리 곡선과 여백만으로 제품의 특징을 표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패키지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하이볼 카테고리 판매 1위에 올랐으며 누적 판매량도 200만 캔을 넘어섰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부문장은 "디자인은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를 넘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GS25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이닝브랜즈그룹 창고43 리브랜딩 이미지 [사진=다이닝브랜즈그룹]

외식업계에서는 디자인을 브랜드 경험 전반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한우 전문점 창고43은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202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창고43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뿐 아니라 공간 디자인과 패키지, 메뉴북, 테이블웨어, 고객 동선까지 하나의 디자인 언어로 연결했다. 한옥 처마와 나이테에서 착안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고 공간 곳곳에 공예 작품을 배치하는 등 식사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심사에서도 시각적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공간과 서비스 접점까지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구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찬진 다이닝브랜즈그룹 디자인담당 이사는 "브랜드가 오래 쌓아온 시간을 어떻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옮길지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였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머무는 모든 순간에 브랜드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포트넘앤메이슨 9주년 기념 에디션을 들고 있는 모델 [사진=신세계백화점]

백화점도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감성을 전달하는 경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영국 왕실 티 브랜드 '포트넘 앤 메이슨'의 국내 론칭 9주년을 맞아 한정 기획 세트를 선보이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디카페인 얼그레이 신제품과 기프트 세트, 매장 프로모션을 통해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역사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2026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포스터 이미지 [사진=하이트진로]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을 모으던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도 확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월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2026 이슬라이브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음악 공연과 함께 브랜드 체험 프로그램, 신제품 시음, 다양한 먹거리 부스를 운영해 소비자가 참이슬과 테라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실제 얼리버드 티켓 1000장은 판매 시작 직후 모두 매진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관계자는 "올해 이슬라이브 페스티벌 관람객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참이슬이 지향하는 깨끗함과 즐거움을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자인이 더 이상 제품의 외형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패키지와 공간, 문화 콘텐츠까지 브랜드 경험을 일관되게 설계할수록 소비자와의 접점이 넓어지고 브랜드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무게중심은 이제 제품 중심에서 브랜드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디자인과 리브랜딩, 공간,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고객 경험 설계가 소비자 접점 확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