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방공망·공군·해군 사라진 이란의 선택은

권석림 기자 2026-03-05 16:15:00
리더십 혼란 속 트럼프와 물밑 접촉까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 공화국 건국 47주년 행사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든 사람이 행진하고 있다. 모즈타바는 이란이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으로 그의 후계자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란 정부가 아직 공식화 하고 있지 않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이란이 방공망과 공군, 해군에 리더십까지 모두 사라졌나.

미국과 이란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공격을 시작한 다음 날 이란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에 물밑 접촉을 해오면서 분쟁 종식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익명의 중동 및 서방 관료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백악관과 이란 관료들은 이 보도에 관한 어떠한 논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고, CIA도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다수의 매체에서도 이란과 미국의 접촉을 보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란이 지난 며칠간 걸프 국가들과 그 주변국들을 통해 미국 측에 모종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사이에 휴전 논의를 위한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입장을 내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이란 정권과 막후에서 소통하고 있을 가능성을 인지한 뒤 백악관에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 당국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 측과의 만남이나 메시지 교환이 있었는지를 캐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과의 접촉설을 부인했다.

한 미국 관리는 "그들(이스라엘)은 우리가 이란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란과의 접촉설을 강하게 부정했다.

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우리는 그런 메시지들을 허튼소리(bullshit)로 취급했다"고 했다.

이란도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제기되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오만의 중재를 통해 이란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에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WSJ 보도를 부인하며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인 모하마드 모흐베르도 이란 국영방송에 나와 "이란은 미국과 어떤 형태의 접촉도 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이 공식적으로는 물밑 접촉을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NYT는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내 리더십 혼란과 이란의 물밑 접촉 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란 정부를 만들어 나갈지 혹은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그가 직면한 핵심 과제를 부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은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략도 식량 수입 차단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이란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면서 중동 일부 지역의 식량 수입이 막히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걸프 전역에서 식량 부족 위험을 높이고 특히 이미 높은 수준인 이란의 식량 가격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전부터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

이란 통계 센터에 따르면 이란력 기준 한 달 동안 식음료 물가 상승률이 105%를 넘었다고 FT는 전했다.

이란 리알화 가치도 폭락했다. 작년 말 기준 이란 현지 환율은 1 달러당 142만 리알로 치솟았다.

이는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합의(JCPOA)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2000 리알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중동에 국가 없이 산재한 쿠르드족도 이란 입장에서 큰 골칫거리다.

쿠르드족이 미국, 이스라엘 정부와 손잡고 이란을 겨냥한 지상 공격작전을 개시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쿠르드족 전투원 수천 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건너가 지상 공격작전을 개시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고전하고 있는 만큼, 개입 수위에 따라 전쟁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이렇자 이란은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에 위치한 쿠르드족 단체 본부를 타격했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내 혁명에 반대하는 쿠르드 집단들의 본부를 미사일 3발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계 쿠르드 무장 단체들은 이라크-이란 국경 지대, 그중에서도 주로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 지역에서 수천 명의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