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름비 내리는 테헤란, 우산도 소용없다

왕해나 기자 2026-03-09 16:10:32
이란외무 "러, 많은 경로로 돕고있다"
8일 이란 테헤란 북서쪽의 한 석유 저장시설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야간 공습을 받아 불타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UPI]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 주변의 주요 석유저장 시설이 폭발하면서 테헤란에 독성가스가 퍼지고 '기름비'가 내렸다.

이란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밤부터 8일 새벽까지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보급 기지인 샤흐런 석유저장소와 남부 정유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연료 저장시설이 집중 공습을 받았다.

이들 탱크가 폭격 뒤 폭발하면서 유독 가스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왔다.

테헤란시 당국은 "석유 탱크가 폭발해 유독한 탄화수소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화합물이 대기와 구름에 대규모로 퍼지고 있다"며 "비가 내린다면 아주 위험한 강산성 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테헤란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강산성의 검은색 기름비가 내린다는 글과 사진이 게시됐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엑스에 "석유 저장고에 대한 공격은 이란 민간인에 대해 고의적으로 화학전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란 중부의 한 핵시설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피해를 봤지만 주변에 방사능 오염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국립핵안전센터에 따르면 미사일 등을 동원한 전날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이스파한 지역에 있는 감마선 조사 살균 시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주변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보도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서 60%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작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때 표적이었던 핵시설 3곳 가운데 이스파한에 대부분의 우라늄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이스라엘 양국군의 작전 구상을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란도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회수하고자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를 인용해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중동 내 미군 위치 정보 등을 이란에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란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비밀도 아니다"며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미군 위치 정보를 제공했는지에 대해 즉답을 피한 아라그치 장관은 "그들(러시아)은 많은 다른 경로로 우리를 돕고 있다"면서 "상세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우리는, 불행하게도 우리 이웃들의 땅에 있는 미군 기지와 미국의 시설, 미국의 자산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전쟁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긴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