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11일째로 접어들며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매우 곧 끝날 것”이라며 조기 종전을 시사하면서다. 전쟁 확산 공포로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했던 국제 유가도 빠르게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일 국제 에너지 시장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8.42달러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4.94달러까지 내려왔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이란 강경파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승계됐다는 소식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감산 가능성이 겹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9.5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됐다.
시장 흐름이 바뀐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플로리다주 도랄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매우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며 “전쟁은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군사작전 열흘 동안 이란 함정 51척을 격침하고 5000개 이상의 군사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미사일 능력도 기존의 10% 수준으로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통화하며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쟁이 실제로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이라며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리터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친 알리 하메네이를 잃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되자 이란 군부와 주요 기관들은 일제히 충성을 선언했다. 예멘 후티 반군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도 모즈타바 지도부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선 상황도 여전히 격렬하다.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는 이란 전역의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있으며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와 중동 미군 기지,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에는 탄도미사일 253발과 드론 1440대가 날아들어 4명이 숨지고 117명이 부상했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 공세가 이어지면서 어린이 20만 명을 포함해 약 7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이란 1230명, 레바논 397명, 이스라엘 11명이며 미군 사망자는 7명으로 파악됐다.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걸프 해역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이란의 강경 대응이 맞서면서 중동 정세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