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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가 돈 된다"… 쓰면 쓸수록 되살아나는 마법의 구리 촉매 떴다

선재관 기자 2026-03-11 09:38:49
성능 저하 난제 푼 차세대 CCU 기술 800조 탄소중립 시장 선점 청신호 KAIST 정동영 교수팀 '자가 재생' 구리 촉매 개발
(왼쪽부터) 정동영 교수, 안홍민, 김한주 박사과정.[사진=KAIST]

[경제일보] 한국과학기술원(총장 이광형) 생명화학공학과 정동영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학연료로 전환하는 전기화학 반응에서 촉매가 스스로 활성 상태를 유지하는 자가 재생 구리 촉매 설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이나 연료의 원료인 에틸렌과 에탄올 등 C2화합물로 바꾸는 탄소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의 최대 난제였던 촉매 성능 저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성과다.

이산화탄소 전환에 널리 쓰이는 구리 촉매는 반응 과정에서 표면 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재구성 현상을 겪는다. 연구팀은 표면에 산화물이 형성됐다가 환원되는 방식은 장기적인 성능 저하를 유발하지만 촉매 금속이 전해질 속으로 일부 녹았다가 다시 표면에 붙는 방식은 새로운 반응 자리인 활성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원리를 응용해 전해질에 극미량의 구리 이온을 주입하면 금속이 녹고 붙는 과정이 균형을 이루며 촉매가 장시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구리촉매 재구성 모식도.[사진=KAIST]

이번 연구는 2040년 80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CCU 시장에서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CCU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유용한 화학물질로 변환하는 순환경제 핵심 기술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상용화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4년 CCUS법 제정에 이어 2025년 관련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며 산업 육성에 나섰으나 높은 에너지 소비와 촉매 수명 한계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정 교수팀의 자가 재생 기술은 별도의 복잡한 공정이나 높은 전압 조건 없이 전해질 조절만으로 구현할 수 있어 CCU 공정의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촉매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반응 중에도 스스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정 교수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촉매 성능 저하를 피할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제어 가능한 과정으로 이해한 결과라며 이산화탄소 전환뿐 아니라 다양한 전기화학 에너지 변환 기술로 확장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KAIST 김한주 박사과정생과 안홍민 석박사통합과정생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의 원천 기술이 차세대 청정에너지 및 화학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학계와 산업계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