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금융의 전장이 바뀌고 있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핀테크와 전통 은행 간 경쟁은 단순한 산업 변화에 머물지 않는다. 금융의 무게중심이 ‘지점과 금고’에서 ‘플랫폼과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와이즈 클라르나 레볼루트 페이팔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은 입출금 계좌와 카드에 이어 대출까지 영역을 넓히며 ‘주거래 계좌’를 겨냥하고 있다. 결제 서비스에 머물던 사업이 예금과 대출로 확장되면서 금융의 핵심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용자의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더 이상 은행과의 관계를 우선하지 않는다. 빠르고 편리하며 부담이 적은 서비스를 고른다. 핀테크 기업들은 간편한 가입 절차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 낮은 수수료 유연한 외환 서비스를 앞세워 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반면 전통 은행은 신뢰와 자본 규제 기반이라는 강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성의 영역에서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흐름을 단순히 핀테크의 공세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변화는 금융의 짜임새 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결제 예금 대출 투자로 이어지던 흐름이 갈라지면서 이용자는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급여는 은행으로 받되 결제는 핀테크로 하고 투자와 대출은 별도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은 하나의 기관에 묶이는 체계에서 벗어나 서로 연결된 생태계로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이 마주한 과제는 가볍지 않다. 첫째 금융을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산업으로만 볼 수 없다. 플랫폼 생태계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해야 한다. 은행 핀테크 빅테크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이어가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규제는 안정성을 지키는 울타리여야지 혁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둘째 주거래 계좌의 변화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앞으로의 주거래는 급여가 들어오는 계좌가 아니라 가장 자주 접속하고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예금 기반과 수익원의 변화를 뜻한다.
셋째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은 국경의 의미를 옅게 만든다. 해외 핀테크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금융기관은 보호 장치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기술 경쟁력과 서비스 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신뢰와 기술의 결합이 중요해졌다. 금융은 여전히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다만 그 신뢰를 전달하는 방식이 기술로 바뀌고 있다. 기술이 뒤처지면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전통 은행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위기 대응 능력 자본력 규제 준수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 금융이 나아갈 방향은 대체가 아니라 융합에 가깝다. 은행은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핀테크는 신뢰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관건은 속도와 방향이다. 변화의 흐름을 먼저 읽고 주도권을 쥘 것인지, 뒤따르며 시장의 선택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따라 향후 판도가 갈릴 수 있다. 금융은 한 번 주도권을 내주면 다시 되찾기가 쉽지 않다. 기술 투자와 서비스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의 틀과 운영 방식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이미 이용자들은 움직이고 있다. 더 편리한 곳으로 더 빠르게 이동한다. 금융이 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선택의 기준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그 결과는 시장이 조용히 정리하게 될 것이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현장] 끝까지 다른 건설사 없었다…현대건설, 압구정3구역 단독 응찰](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4/10/20260410132311424908_388_136.png)
![[현장] 13년 만에 돌아온 몬길…넷마블, 저과금·액션성으로 서브컬처 공략](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4/10/20260410104325425691_388_136.jpg)


![[중국 경제] 희토류 통제 두고 미중 협의 유지](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4/09/20260409173706592360_388_13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