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대건설, 압구정3·5구역에 '디에이치' 대신 '압구정 현대' 쓴다

한석진 기자 2026-04-22 16:36:21
50년 상징성 계승 승부수…미래형 로봇 친화 단지도 제안
현대건설 계동사옥. [사진=현대건설]


[경제일보] 현대건설이 압구정3구역과 5구역 재건축 단지명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 대신 ‘압구정 현대’를 전면에 내세운다. 새 브랜드를 앞세우기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쌓아온 상징성과 역사성을 계승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정비업계에서는 브랜드 경쟁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자산 가치를 어떻게 재해석할지가 이번 수주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압구정3구역과 5구역 입찰제안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제안서는 조합 대의원회 등을 거쳐 5월 초 공개될 예정이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의 대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남3구역, 여의도 한양, 신반포2차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에서 수주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고급 주거 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현대건설은 이번 압구정 사업에서는 기존 전략과 다른 선택을 내렸다.
 

배경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가진 독보적 상징성이 있다. 압구정 현대는 1970년대 후반 준공된 대표 노후 단지지만 지금도 국내 최고급 주거지의 상징으로 통한다. 단순한 아파트 단지를 넘어 강남 고급 주거 문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아 왔다. 재건축 이후에도 이 이름 자체가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압구정 현대의 시장 가치는 여전히 높다. 압구정 현대7차 전용면적 245㎡는 지난해 10월 165억원에 거래되며 서울 아파트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와 메이플자이 등 신축 대단지가 잇따라 들어섰지만 최고가 기준에서는 여전히 압구정 현대가 상징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단지명으로 ‘압구정 현대 원’, ‘압구정 현대 헤리티지’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명칭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역사성과 새 주거 가치를 함께 담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이름의 힘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압구정2구역 수주전에서 ‘100년 도시’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는 여기에 3구역과 5구역까지 더해 압구정2·3·5구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압구정 현대 타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압구정2구역 역시 ‘압구정 현대’ 브랜드 사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 기반도 넓히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7개 금융사와 협력해 압구정2·3·5구역을 아우르는 금융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대형 정비사업 특성상 사업비 조달 능력과 금융 조건이 수주 경쟁력에 직결되는 만큼 자금 조달 안정성을 앞세운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래형 주거 기술도 제안서에 담겼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를 국내 최초 ‘로봇 친화형 단지’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로봇이 단지 내에서 배송과 안내, 생활 지원 서비스를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과 편의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1~7·10·13·14차와 대림빌라트 등을 최고 65층 5175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6조원으로 추산된다. 압구정5구역은 한양1·2차를 최고 68층 1397가구로 다시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두 사업 모두 서울 정비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한 노후 주거지 정비를 넘어 한강변 최고급 주거지의 미래 가치를 다시 설계하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시공사의 브랜드 전략과 설계, 금융 조건, 향후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감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의 역사를 계승해 하이엔드 주거의 새 기준을 제시하겠다며 자율주행 로봇이 단지 곳곳을 오가는 미래형 아파트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새 이름을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이미 가장 강한 이름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