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제약 명가 DNA 분석⑥ 동아제약] 박카스 한 병에서 헬스케어 기업까지…동아 성장과 진화의 역사

안서희·한석진 기자 2026-04-28 07:54:15
국민 피로회복제 신화를 넘어 생활 건강 전반으로 보폭 넓히는 동아의 현재와 미래 박카스·일반의약품·건강사업·신사업 확장 앞세워 새 성장판 여는 동아의 다음 무대
[사진=동아제약]


[경제일보] 늦은 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박카스를 집어 드는 장면은 한국 사회의 익숙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도, 야근을 마친 직장인도, 장거리 운전을 앞둔 운전자도 한 번쯤 손에 쥐어 본 제품이다. 특정 세대의 추억을 넘어 생활 습관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 동아제약을 설명할 때 박카스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다. 한 병의 음료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한국 제약 산업의 긴 성장사가 놓여 있다.
 

동아제약의 출발은 국내 의약품 산업 기반이 약하던 시절과 맞닿아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생산 설비와 연구 역량이 충분하지 않던 시대, 국산 의약품 기업의 역할은 단순한 기업 활동을 넘어 산업 기반을 세우는 일이었다. 동아는 일찍부터 생산 능력과 유통망을 키우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갔다.
 

동아제약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결정적 제품은 박카스였다. 피로 회복과 자양 강장이라는 수요를 정확히 읽어낸 박카스는 오랜 기간 국민 브랜드 자리를 지켜 왔다. 약국 유통을 거쳐 편의점과 소매 채널로까지 확장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고, 세대가 바뀌어도 브랜드 생명력을 이어 왔다.
 

박카스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 효자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제약사가 대중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일반의약품과 건강 관련 제품이 소비 문화와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동아제약은 박카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감기약과 소화제, 어린이 의약품, 구강 건강 제품, 피부 관리 제품 등 생활 밀착형 품목으로 사업을 넓혀 왔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반복 구매하는 상품군을 꾸준히 확보한 점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이어졌다.
 

기업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은 사업 재편이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전문의약품과 바이오 사업은 동아에스티 등으로 분리했다. 동아제약은 소비자 건강 사업과 일반의약품 중심 회사로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게 됐다. 그룹 전체로 보면 연구개발과 소비재 사업을 나눠 각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선택이었다.
 

이 재편 이후 동아제약의 역할도 달라졌다. 전통 제약사에서 생활 건강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의약품만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구강 관리, 여성 건강, 더마케어 등 일상 건강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시장 환경은 동아제약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고령화와 웰니스 소비 확대, 셀프 메디케이션 문화 확산으로 일반의약품과 건강관리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기 전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기업의 강점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 확대도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약국과 오프라인 매장이 핵심 판매 채널이었지만 이제는 모바일 플랫폼과 온라인몰, 디지털 마케팅의 비중이 커졌다. 동아제약 역시 전통 유통망에 더해 새로운 소비 접점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아제약의 강점은 소비자 인지도와 브랜드 자산에서 나온다. 박카스를 비롯해 오랜 기간 축적한 신뢰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전국 유통망, 생활 건강 제품 기획력,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 자산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 대중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체력이다.
 

다만 오래된 브랜드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젊은 소비자는 익숙함보다 새로움과 기능성, 디자인, 온라인 경험을 함께 본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는 국내외 경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통 강자의 이름값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려면 제품 혁신과 마케팅 감각이 계속 따라와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세대 확장이다. 기성세대에게 강한 브랜드가 젊은 층에게도 같은 의미를 갖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박카스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소비 세대와 연결되는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오래된 브랜드가 가장 자주 마주하는 시험대다.
 

동아제약은 지금 국민 브랜드 기업에서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를 넓히는 전환기에 서 있다. 의약품 제조를 넘어 소비자의 일상 건강 전반에 관여하는 회사로 진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브랜드 유산을 지키는 일과 새 시장을 여는 일이 동시에 요구된다.
 

한 병의 자양강장제로 시작한 이름은 이미 한국 생활문화의 일부가 됐다. 이제 시장이 지켜보는 다음 장면은 동아제약이 과거의 익숙함을 넘어 미래 세대의 건강 브랜드로도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