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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공소취소 특검법, 재판 절차를 건드리는 방식은 맞는가

한석진 기자 2026-05-04 09:44:09
'민주당의 공소취소·재판조작 진상규명 청문회' 답변하는 박상용 검사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형사재판은 수사와 기소를 거쳐 법원이 판단하는 절차다. 이 순서는 권한을 나누기 위한 장치다. 수사기관이 판단까지 함께 쥐지 못하도록 경계를 설정한 결과다.
 

최근 발의된 공소취소 특검법은 이 경계에 변화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검이 기존 검찰이 기소해 재판 중인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중심이다. 공소유지를 포기하면 재판은 공소기각으로 종료된다. 법정에서 진행 중인 판단이 그 자리에서 멈춘다.

 

공소취소는 형사소송법이 검사에게 맡긴 권한이다. 기소를 통해 법원에 넘긴 사건을 다시 거둬들이는 행위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더 이상 심리하지 않는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기소하는 데에도 제한이 따른다. 재판을 통해 확인될 사안이 절차 밖에서 정리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 권한을 특검에게까지 확장하는 순간 충돌이 생긴다. 형사절차는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이 분리된 상태에서 작동한다. 재판에 들어간 사건은 법원이 판단을 맡는다. 이미 법정에 올라간 사건을 다시 가져와 공소 유지 여부를 바꾸는 방식은 재판 단계에 외부 권한이 개입하는 경로를 만든다. 절차 전반의 안정성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검찰 수사와 기소에 대한 불신이 이 논의를 촉발한 배경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기소 자체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기존 검찰에 공소유지를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권력형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편향 논란이 반복돼 온 점도 이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
 

기준은 별도로 세워야 한다. 기소의 적정성은 재판을 통해 가려지는 것이 원칙이다. 증거 조사와 반대신문을 거치는 과정에서 수사의 적절성도 함께 검증된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소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재판이 담당하던 기능이 축소된다.
 

특검 제도의 범위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이 다루기 어려운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장치다.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의 독립성이 중심이다. 재판 단계에 들어간 사건까지 포함해 공소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도록 하는 설계는 기존 틀을 벗어난다.
 

대통령 관련 사건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맡고 공소 유지 여부까지 결정하는 방식은 제도 설계 단계에서 공정성 논란을 낳는다. 절차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재판 절차에 들어간 사건을 다시 절차 밖으로 옮기는 방식은 신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검찰권에 대한 통제는 필요하다. 다만 통제의 방식이 재판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권한은 나뉘어야 견제가 작동한다. 한 단계의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다른 단계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공소취소 특검법 논쟁은 특정 사건을 넘어 형사사법 체계의 운용 방식과 연결된다. 재판 절차를 유지한 채 문제를 가려낼 것인지, 아니면 절차 자체를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