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동 전쟁에 흔들린 해외건설…동남아·SMR로 활로 찾는 건설사들

우용하 기자 2026-05-13 09:32:08
1~4월 해외수주 29억달러…최근 5년 평균 크게 밑돌아 중동 비중 53%→16%…발주 지연 여파 본격화 체코·루마니아·베트남 원전 사업, 향후 반등 변수로 부상
이스라엘 해안 도시 상공에 미사일 궤적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급감하면서 사업 전략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동 플랜트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존 수주 구조가 흔들리자 건설사들은 동남아와 원전, 전력망, 운영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돌파구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13일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누적 수주액은 29억2195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5억3786만달러와 비교하면 72.3% 감소한 규모다. 최근 5년 평균인 100억8000만달러에도 크게 못 미쳤다.
 
무엇보다 중동 시장 부진이 전체 실적 감소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4월 중동 수주액은 약 55억9284만달러로 전체 해외수주의 53.1%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4억6666만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비중 역시 16%까지 낮아졌다.
 
중동 수주 감소에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장기화로 주요 발주 일정이 잇따라 밀린 점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 시장에서 대형 플랜트와 인프라 프로젝트 발주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것이다.
 
북미·태평양과 유럽 역시 감소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억5966만달러였던 북미·태평양 지역 수주액은 올해 6억달러 수준으로 줄었고 유럽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올해 1~4월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13억0941만달러로 전체 해외수주의 44.8%를 차지했다. 동남아 지역 산업시설과 인프라 사업 확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건설사 실적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의 올해 1분기 해외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4% 감소한 총 1조3423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은 해외수주액이 33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2370억원 대비 84.9% 급감했다. GS건설도 17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3% 줄었고 현대건설 역시 515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1조6179억원과 비교하면 68.1% 줄어든 규모다.
 
반면 일부 건설사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해외수주액이 14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9% 늘었다.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와의 1000만달러 규모 표준화 설계 계약 등이 반영됐다.
 
대우건설도 1716억원의 해외수주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5.1% 증가했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체 감소 흐름 속에서도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중심의 대형 플랜트 발주가 둔화되면서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방향도 이전과 달라지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초대형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수주를 통한 외형 확대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운영과 유지관리, 전력망, 산업 인프라처럼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태국 ‘TTT Chang 에탄 터미널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삼성물산은 UAE 고압직류 해상 송전공사 증액 계약을 따냈다. 단순 플랜트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전력망과 산업 인프라 분야로 사업 축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향후 해외수주 시장 반등 여부는 원전 사업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과 루마니아 SMR 사업, 사우디와 베트남 신규 원전 프로젝트 등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확대 가능성도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와 금융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큰 만큼 과거처럼 중동 중심 초대형 수주 호황이 단기간에 재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외형 확대 중심의 해외수주 경쟁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선별이 중요해졌다”며 “동남아와 원전, 전력 인프라 같은 신규 시장이 앞으로 핵심 전략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