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사비 28% 뛰어도 추가 지급 없다"…KT, 쌍용건설 143억 소송 승소

선재관 기자 2026-07-18 11:12:55
법원, 물가변동 배제 특약 효력 인정…쌍용건설 추가 공사비 청구 기각 "대형 건설사라면 가격 상승 위험 인식했어야"…계약 자유 원칙에 무게
광화문 KT [사진=선재관 기자]

[경제일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며 쌍용건설이 KT에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한 소송에서 법원이 KT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비가 예상보다 크게 올랐더라도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 조정을 배제하기로 한 특약이 유효한 이상 발주사에 추가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는 지난 3일 KT가 쌍용건설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쌍용건설이 KT를 상대로 142억9000만원의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한 반소는 기각했다.

이번 분쟁은 KT 판교 신사옥 건설 과정에서 불거졌다. 쌍용건설은 2020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공사를 수행하기로 계약했으며 설계 변경 등을 반영한 최종 계약금은 879억원으로 확정됐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자 쌍용건설은 다섯 차례에 걸쳐 계약금 증액을 요구했다.

KT가 물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배제한 계약 특약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 갈등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쌍용건설은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KT는 2024년 5월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건설도 다음 달 맞소송을 냈다.

◆ 건설공사비 28% 상승…특약은 유효

당시 건설업계가 받은 비용 충격은 작지 않았다.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한 판결 보도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28% 상승했다. 쌍용건설은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없던 수준의 원자재 가격 상승 위험을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떠넘긴 특약이어서 건설산업기본법상 현저하게 불공정한 약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약이 유효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물가 변동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계약 체결 이후 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정상적인 사업 판단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했다는 취지였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해당 특약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대금 증액뿐 아니라 물가가 하락했을 때 KT가 계약금을 낮추는 것도 배제하고 있어 위험을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전가한 조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원자재를 사전에 계약하는 등 건설사가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일 수단도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쌍용건설이 국내 시공능력평가 28위에 해당하는 대형 건설사로 풍부한 시공 경험을 보유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계약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역량이 있었으며, 설계 변경처럼 별도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금 조정이 허용돼 시공사의 이익을 보호할 장치도 있었다는 것이다. KT가 계약 과정에서 일방적인 우월적 지위를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 “팬데믹 위험 예측 가능”…계약 자유에 무게

재판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물가 급등이 예측 불가능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가 입찰에 앞선 2020년 3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만큼 계약 체결 당시 물가 변동 위험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약이 피고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당사자들이 숙고해 체결한 계약을 사후적인 손실만을 이유로 무효화하면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부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팬데믹과 전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서 이어진 추가 공사비 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추가 청구가 차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 당사자의 협상력과 전문성, 위험의 예측 가능성, 가격 상승과 하락 위험을 대칭적으로 배분했는지가 특약의 유효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직 1심 판단인 만큼 개별 공사계약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확정 법리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법원이 이례적인 공사비 급등보다 당사자가 스스로 정한 계약 조건과 위험 배분에 무게를 뒀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용이 급등했을 때 누가 손실을 부담할 것인지는 공사가 끝난 뒤의 협상보다 계약을 맺는 순간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