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동전주 퇴출제'의 첫 적용 사례가 13일 나올 전망이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을 밑돌면 다음 거래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절차가 본격화했다. 이에 코스닥 시장에서 무더기 상장폐지가 현실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기업계는 일시적 증시 변동성으로 흑자 기업까지 억울하게 퇴출되지 않도록 예외 규정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한계기업 정리가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도를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9개 종목, 코스닥시장 27개 종목 등 총 36개 종목에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 해당 종목들의 관리종목 지정일은 13일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영포장 △형지엘리트 △일신석재가 주가 미달 사유로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SUN&L △한국전자홀딩스 △태원물산 △대원화성 △남성은 시가총액 300억원 미달 사유로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온타이드는 주가 미달과 시가총액 300억원 미달 사유가 동시에 적용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우리엔터프라이즈 △티케이지애강 △CMG제약 등 15개 종목이 주가 미달 사유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 사유가 발생한 종목은 △국일신동 △한탑 △패션플랫폼 △에스앤더블류 4개다. 형지글로벌과 E8은 주가 미달과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 사유가 함께 발생했다.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던 종목 중 주가 미달 사유가 추가된 코스닥 상장사는 △비케이홀딩스 △아이스크림에듀 △원풍물산 등 총 6곳이다. 상장폐지를 피하려 아예 주식을 합쳐 주당 가격을 끌어올리는 병합에 나선 곳도 있다. 이에 코스피 3곳, 코스닥 7곳이 병합 절차를 밟고 있으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번 조치는 부실·한계기업의 신속한 시장 퇴출을 목표로 지난달 1일 시행된 제도 개편에 따른 것이다. 관리종목에 오른 뒤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으며 이르면 오는 10월 첫 퇴출 사례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시가총액 최소 유지 기준도 함께 상향돼 코스닥은 200억원, 코스피는 300억원으로 조정됐다. 오는 2027년 1월에는 코스닥 300억원 코스피 500억원으로 한 차례 더 오를 예정이다. 공시 위반에 따른 실질심사 벌점 한도는 최근 1년간 누적 15점에서 10점으로 강화됐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심사 사유에 새로 추가됐다.
문턱이 높아지면서 퇴출 위기에 몰린 상장사는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7일까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33곳으로 직전 5~6월 6곳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시가총액이 현행 기준에 미달한 기업은 상장사 2578곳 중 192곳(7.4%)이었다. 오는 2027년 기준을 대입하면 479곳(18.6%)까지 늘어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 일반기업 64~68곳에 비해 상반기 실제 신규 상장은 21곳에 그쳤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신규 상장보다 상장폐지 기업 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연쇄 상폐 공포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대형 반도체 종목으로 투자금이 쏠리며 코스닥 중소형주가 소외된 최근 수급 불균형이 꼽힌다. 실제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공시된 코스닥 상장사 75곳 중 15곳을 비롯해 시가총액 미달로 이미 관리종목에 지정된 26곳 중 9곳이 올해 흑자를 낸 기업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KBIZ홀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중소기업인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를 열고 코스닥시장 진입·퇴출 규제 개선을 주요 과제로 논의했다. 이날 중소기업계는 △매출 △영업이익 △기술력 △성장성 등을 종합 반영한 예외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또한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149곳 중 45곳이 흑자 기업이고 내년 기준(시가총액 300억원)이 적용되면 코스닥 상장사 4곳 중 1곳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200억원 기준의 적용 유예와 300억원 기준 시행 1년 연기를 요청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한계기업 퇴출을 통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조적 결함을 안은 부실기업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시장 가치를 깎아내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코스닥 전체 주가수익비율(PER)이 112.6배에서 31.3배로 떨어져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하위 기업들이 기업설명회를 외면하고 잦은 병합으로 주당 가격만 높이는 등 주주 소통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시장 변동성으로 중소기업들이 실적이나 재무상태와 관계없이 시가총액이 낮아지거나 동전주가 돼 상장폐지 대상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시장 변동성 때문에 어려워진 기업은 옥석을 가려 필요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