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임광현 국세청장 "고가 법인주택 42%, 사주 일가 사적 사용"…세무조사 예고

우용하 기자 2026-08-23 15:07:24
공시가 평균 20억원 넘어…100억원 초과도 12채 해외 사택·유학비 등 법인자금 사적 사용까지 검증 확대
임광현 국세청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국세청]

[경제일보] 국세청이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 점검한 결과 1097채가 사주 일가의 거주나 사적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의 약 42%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세청은 이 가운데 세금 탈루 혐의가 확인된 법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고급 콘도와 해외 사택 등으로 검증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23일 임광현 국세청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비정상의 정상화, 황제사택 관행 바로 잡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고가 법인주택 전수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점검 대상은 국민주택 규모를 넘으면서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법인 명의 주택 2639채다.
 
점검 대상 가운데 임대용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에서는 사주 일가가 거주하거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은 평균 20억원을 웃돌았고 30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453채, 100억원을 넘는 곳도 12채에 달했다. 최고가는 200억원을 넘어섰다.
 
관련 법인에는 연매출 수십억원 규모 중소기업부터 수십조원대 대기업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임 청장은 서울 강남·용산 등의 고가 아파트를 사주나 자녀의 거주용으로 제공하거나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인 소유 주택을 법인에 넘긴 사례 등도 존재했다고 전했다.
 
직원 복지를 명목으로 법인 명의로 취득한 100억원대 고급 콘도를 오너 일가나 일부 임원만 이용한 사례도 파악됐다. 일반 직원은 사실상 이용하지 못하는 시설을 회사 자산으로 보유하면서 특정인만 혜택을 본 경우다.
 
물론 이번 점검에서 사적 사용이 확인된 1097채가 모두 탈세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세청은 사택 이용 실태를 기업 전반의 탈세 위험을 살펴볼 신호로 보고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된 법인을 선별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증 범위도 법인주택에 그치지 않는다. 고급 콘도와 사주 자녀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해외 사택, 법인 자금으로 부담한 유학비 등 오너 일가의 사적 사용 가능성이 있는 비용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번 점검이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인 자산과 오너 일가의 사적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 관행을 집중 점검해 탈세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과세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임 청장은 “혐의가 확인된 법인의 성실도 전반에 대해 엄정한 세무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반칙 특권을 누리는 일부가 아닌 규칙을 지키는 다수가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