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고려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를 둘러싼 국가유산 지정 논란이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처음 공개된 뒤 국가유산 지정 신청과 여러 차례 조사를 거쳐 2017년 보물 지정이 부결됐지만 당시 조사와 심의 과정은 이후 다시 감사 대상에 올랐다. 국가유산청은 이제 전국에 흩어진 증도가자 계열 금속활자를 한꺼번에 모아 다시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사를 언제까지 마치고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일정은 담기지 않았다.
증도가자가 공개된 지 16년, 국가유산 지정 절차가 시작된 지도 15년이 흘렀다. 2017년 한 차례 결론을 냈지만 그 판단 과정까지 다시 검증대에 올랐다. 국가유산청이 새로운 방식의 재조사를 택한 만큼 이번에는 조사 단계에서 머물지 않고 결과에 따른 지정 판단까지 이어지는 시간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는 데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다. 현재 전하는 증도가는 고려 고종 때인 1239년 목판으로 찍은 책이다. 책에는 앞서 금속활자로 찍은 책을 바탕으로 목판을 다시 새겼다는 취지의 기록이 남아 있다.
문제의 활자가 당시 증도가를 찍는 데 사용된 금속활자로 확인되면 제작 시기는 1239년 이전으로 올라간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찍힌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선다. 직지가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으로 남아 있다면 증도가자는 당시 사용한 금속활자 실물을 놓고 진위와 제작 시기를 따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증도가자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0년이다. 이듬해 다보성 측이 소장한 활자 101점에 대한 국가유산 지정 절차가 시작됐다. 첫 판단은 6년 뒤인 2017년에 나왔다.
문화재위원회는 당시 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을 부결했다. 글씨체와 활자의 제작 방식, 책을 찍을 수 있도록 활자를 배열하는 ‘조판’ 등을 검토했지만 해당 활자를 증도가 인쇄에 사용한 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출처와 소장 경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고 관련성이 거론된 청동 수반과 초두를 함께 비교하지 못한 점도 부결 사유에 포함됐다.
2017년 부결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다보성갤러리 김종춘 회장은 당시 조사와 심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관련 자료와 연구 결과를 모아 재검증을 요구했다. 2023년 감사원에 감사제보가 접수됐고 감사원은 지난해 이 사안을 국가유산청으로 넘겼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1월 자체감사를 실시해 2월 결과를 통보했다.
자체감사는 2017년 결론 자체보다 그 결론을 만드는 데 사용된 조사 방법과 심의자료를 다시 들여다봤다. 활자가 실제 책을 찍는 데 맞는 크기였는지를 판단한 방법, 비교자료의 수치가 보고서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문화재위원들이 추가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 관련 문서에는 당시 문화재위원회 보고자료를 놓고 ‘왜곡 설명(치수 차이 등)’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비교자료인 석보상절 활자본과 번각본 사이의 광곽 수축 수치가 분석보고서에서 빠졌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가유산청은 감사 과정에서 새로 적용된 통계 분석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다시 분석했다.
2017년 검증 방식에 대한 지적과 이를 다시 살피는 과정에서 사용된 분석 방법을 둘러싼 반론이 맞선 것이다. 이후 국가유산청은 특정 소장품만 따로 살피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에 있는 증도가자 계열 활자를 한꺼번에 모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 차례 내린 판단의 과정까지 다시 감사하고 조사 방식을 새로 짰다는 점은 이번 재검증의 성격을 보여준다. 과거 논쟁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16년 동안 이어진 진위와 지정 논란을 정리하는 절차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도 여기서 나온다.
증도가자가 다시 국가 차원의 검증 대상에 오르기까지 다보성 갤러리 김종춘 회장의 문제 제기도 계속됐다. 2011년 지정 절차가 시작된 뒤 첫 판단까지 6년을 기다렸고 2017년 부결 이후에는 당시 검증 방식과 심의자료를 다시 살펴달라고 요구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재검증 요구를 이어갔다.
한 차례 끝났던 증도가자 문제는 감사원 제보와 국정감사를 거쳐 국가유산청 자체감사로 이어졌다. 국가유산청은 이제 기존 소장품뿐 아니라 전국의 후보 활자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증도가자가 처음 공개된 지 16년 만에 조사 방식 자체를 바꾼 재검증이 추진되는 것이다.
김 회장 측은 이번 재검증만큼은 장기간 이어지지 않고 조사 결과에 따른 지정 판단까지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6년 동안 문제를 제기해 국가가 다시 검증에 나서는 단계까지 온 만큼 또다시 수년을 조사와 검토에 쓰는 방식으로는 논란을 끝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이어온 16년의 노력에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도 결국 시간과 맞닿아 있다. 원하는 결론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검증을 서둘러 마치고 역사적 가치가 확인되면 보물 지정 절차까지 지체 없이 이어가는 것이다. 또다시 긴 기다림을 요구한다면 재검증을 결정한 의미도 작아진다.
국가유산청의 계획안을 보면 새 조사 방식은 과거보다 구체적이다. 국내에 있는 증도가자 계열 금속활자를 공개 모집한 뒤 공모된 유물에 같은 조사 기준을 적용한다. 국가유산청은 개별 유물 단위 조사만으로 객관적인 검증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내용도 계획안에 담았다.
과학조사에서는 금속 성분과 미세조직, 주조와 가공 흔적 등을 살핀다. 서지·문헌 조사에서는 글씨체와 제작기법, 실제 인쇄된 책과 활자의 관계를 비교한다. 어느 한 분야의 분석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여러 조사 결과를 대조하는 방식이다.
진행 순서도 마련했다. 일괄공모를 거쳐 기초조사와 지정조사, 종합평가를 한 뒤 국가유산 지정 문제를 검토한다. 공모 시점은 올해 9월로 잡았다. 문서 제목도 단순한 조사 계획이 아니라 ‘조사·지정 계획’이다. 조사 결과를 국가유산 지정 검토까지 연결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에 비해 공모 이후 일정은 비어 있다. 기초조사를 언제 시작하고 과학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언제까지 마칠지, 종합평가와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어느 시점에 진행할지는 계획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최종 판단 목표 시점도 제시하지 않았다.
법정 절차를 지키면서도 전체 기간을 줄일 방법은 있다. 공모가 진행되는 동안 조사 기준과 전문가 구성을 확정하고 분석기관의 일정을 잡는 한편 기존 조사자료를 미리 정리할 수 있다. 과학조사와 서지·문헌 조사도 서로 선후관계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함께 진행하면 검증 기간을 줄일 수 있다.
현행 규정은 지정예고 뒤 6개월 안에 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시한을 두고 있다. 법정 절차 자체보다 공모 이후 각 조사와 심의를 어떤 순서로 배치하고 얼마나 병행하느냐가 전체 기간을 좌우하는 셈이다. 16년간 이어진 논란을 다시 수년간 끌지 않으려면 국가유산청의 조사 운영과 일정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국가유산청은 조사할 대상과 방법을 정했고 9월 일괄공모라는 출발점도 잡았다. ‘조사·지정 계획’에 정작 빠진 것은 종료 시점이다. 16년째 이어진 증도가자 논란을 이번 절차에서 마무리하려면 조사 시작뿐 아니라 조사 완료와 국가유산위원회 심의, 최종 판단의 목표 시점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증도가자는 이제 막 검증을 시작하는 유물이 아니다. 2010년 공개됐고 2011년 국가유산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2017년 보물 지정이 부결된 뒤 그 판단 과정까지 다시 감사 대상에 올랐다. 국정감사와 자체감사까지 거쳐 이제 전국 단위 재조사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조사자료와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일괄공모를 통해 새로운 비교 대상이 확보되면 기존 자료와 함께 검토할 여건도 마련된다. 과학조사와 인문·서지학 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조사 단계마다 다음 절차를 준비한다면 전체 기간을 줄일 여지도 있다.
국가유산청이 이번 재검증을 16년 논란을 정리하는 절차로 가져가려면 시작 일정만큼 완료 목표도 중요하다. 조사 결과 역사적 가치가 확인될 경우 국가유산위원회 심의와 보물 지정 판단까지 이어지는 절차가 다시 장기간 늘어지지 않도록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2011년 시작된 지정 절차에서 첫 결론을 내리는 데 6년이 걸렸다. 그 결론을 만드는 과정은 다시 감사 대상에 올랐다. 이제 국가유산청은 새로운 조사 방식까지 마련했다. 남은 과제는 이미 시작하기로 한 재검증을 얼마나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지정 판단까지 이어가느냐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9월 일괄공모를 시작점으로 잡고 조사 대상과 방법, 진행 절차까지 마련했다. 남은 것은 종료 시점이다. 조사 완료와 국가유산위원회 심의, 최종 판단을 언제까지 마칠지에 대한 일정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16년을 이어온 증도가자 논란에서 또다시 시작 일정만 내놓고 끝을 기약하지 않는 방식은 반복돼서는 안 된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10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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