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건설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에 위험 요인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증가로 시장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노사 관계 변화, 중동 정세 긴장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수까지 겹치면서 공사비와 공정 관리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미분양 증가와 노동 환경 변화, 국제 유가 변동 가능성을 주요 경영 변수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 상황과 노사 구조, 국제 원자재 가격이라는 서로 다른 리스크가 다방면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576가구로 전월보다 66가구 늘었다. 수도권은 1만7881가구로 전월 대비 12.6% 증가했고 지방은 4만8695가구로 3.8% 감소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9555가구로 전월보다 3.2% 늘었다.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은 2만5612가구로 전체의 약 86%를 차지했고 수도권은 3943가구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준공 이후에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업계에서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린다. 이미 공사가 끝난 주택이 팔리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대금을 통해 회수해야 할 사업비가 장기간 묶이게 되고 금융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 환경 변화도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10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실질적으로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산업이다. 하나의 현장에서도 여러 하청업체가 공정별로 참여하는 만큼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법 시행 직후 건설 현장에서는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최근 주요 원청 건설사 97곳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9일에는 건설회관 앞에서 약 5만명의 조합원을 대표해 원청 건설사와의 협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공사 일정 관리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건설 현장은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일부 공정이 지연될 경우 전체 공기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사업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정세 역시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시멘트와 아스팔트, 철강 등 주요 건설 자재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유가는 건설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건설사들은 원가율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급등했던 공사비가 점차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고 미국·이란 전쟁 직후 치솟던 유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하락했지만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다시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상황이 지난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수준의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 원가 급등의 핵심은 단순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아니라 인력 수급 불일치에 있었다”며 “현재는 유가 상승 자체는 부담 요인이지만 당시 인력 수급 붕괴 국면과는 거리가 있어 원가 압력 역시 그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건설사들은 원가 관리와 공정 관리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증가와 노사 관계 변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가능성이 동시에 변수로 떠오르면서 건설업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세 가지 리스크가 실제 현장 운영과 사업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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