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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韓에 다가서는 중·러, 불편한 北…1995년 탈냉전 외교문서 공개

권석림 기자 2026-03-31 17:12:46

37만쪽 비밀 해제, 북·러 동맹조약 폐기 외교전 담겨

1995년 5월 알렉산드르 파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 공로명 외교부 장관 간 면담 요록. [사진=연합뉴스]
탈냉전 시대였던 1995년, 한국이 새롭게 맺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폈던 과정이 당시 외교문서로 공개됐다.

외교부는 31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2621권, 37만여 쪽의 심사를 거쳐 일반에게 공개했다.

정부는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5년 생산된 문서 중심으로, 1992년 한·중수교와 1990년 한·소수교로 국교를 확립한 한·중, 한·러가 고위급 교류를 통해 본격적으로 관계를 쌓아 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기록도 생생히 남아 있다.

특히 중국 국가원수로는 최초의 국빈 방한이었던 1995년 11월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뒷얘기를 엿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 연구소 대표단을 만난 북측 관계자들이 장 주석 방한이 이뤄지면 대만과의 수교 가능성까지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러시아 정부가 소련 시절부터 북한과 맺었던 군사 동맹 조약인 '우호 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을 1995년 폐기하기까지 논의 과정도 공개됐다. 한국 정부는 한·러 관계 발전을 위해 러시아가 조약 폐기를 선택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북·러 군사동맹은 30년 뒤 '신냉전' 국제 정세 속에서 부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실상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2024년 서명하면서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한 뒤 아들 김정일이 최고지도자로서 공식 직책에 취임하지 않자, 국제사회가 북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모습도 이번 외교문서로 들여다볼 수 있다.

1995년은 역사적인 북미 '제네바 합의'(1994년)를 안착시키기 위한 후속 협상이 벌어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미일은 대북 경수로 사업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유럽 등 각국의 기여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한국 정부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 노형을 한국형으로 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적 노력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강력히 반대하는 북한을 상대로 약 한 달간의 쿠알라룸푸르 북미 회담을 거쳐 타협안을 도출해 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경수로 노형 결정을 둘러싼 북·미 협상 과정은 이번 외교문서에서 다수가 비공개 처리돼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던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 담화 관련 문서, 북한의 전통 우방이었던 이집트와의 수교 과정 문서 등도 공개됐다.

이 밖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수습 초기에 김영삼 대통령이 방한한 바누아투 총리와의 면담에서 "공업화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며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초안이 한국을 노조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국가로 분류하자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며 수정을 요구한 기록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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