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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작기소 의혹과 별건수사의 그림자…검찰은 환골탈태로 신뢰 회복해야

2026-04-05 15:24:45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에게 증인선서 거부 소명서를 제출한 뒤 언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법치주의의 핵심은 권력이 아니라 절차에 있다. 법은 강자의 도구가 아니라 약자의 방패여야 하며 수사는 진실 규명의 과정이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제기된 논란은 우리 사법 체계가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조작기소 의혹과 별건수사 논란은 제도의 근본을 다시 묻는 경고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수사 과정에서 본류와 무관한 혐의가 확대 적용됐는지 별도의 사안이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는지 여부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수사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적법 절차의 중대한 훼손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정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특정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본건과 직접 관련성이 불분명한 사안을 함께 들여다보며 수사 범위를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 및 관련 인물들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초기 혐의 입증이 난항을 겪자 과거 거래 관계 등 별도 사안을 다시 끌어와 재구성하는 방식이 동원됐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수사 흐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수사 초기에는 특정 경제적·행정적 의혹이 중심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성격이 다른 혐의까지 병합되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일부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진술 확보를 위한 압박 수단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소 단계에서는 초기와 다른 법리 구성이 적용되면서 수사의 방향이 결과에 맞춰 조정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별건수사의 전형적 구조와 맞닿아 있다. 본건 수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주변 사안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방식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수사 관행으로 지적돼 왔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개별 사건을 넘어 검찰 수사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일부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하고 있다. 특정 인사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가 집중되는 반면 권력 핵심과 관련된 사안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대응이 이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수사의 형평성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

검찰이 ‘과거의 그림자’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신뢰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수사는 공정해야 하며 검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민이 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 검찰의 존재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도덕경은 말한다. “정(正)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기(奇)로 싸우며, 무사(無事)로 천하를 얻는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일수록 정(正)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편의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기(奇)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별건수사와 같은 우회적 방식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독이 된다. 법이 스스로의 원칙을 무너뜨릴 때 그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지금 검찰에 필요한 것은 부분적 개혁이 아니라 환골탈태다. 절차적 정당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내부 통제뿐 아니라 외부 감시 역시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권한이 클수록 견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점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검사 개인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검사는 권력을 행사하는 자가 아니라 법을 대리하는 공복이다. 한 건의 성과보다 공정한 판단이 우선이며 무리한 수사는 조직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국민은 결과보다 과정을 본다. 공정한 절차 속에서 도출된 결론만이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과거와 다른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다. 정보는 빠르게 공유되고 시민의 감시 수준도 높아졌다. 과거 방식의 수사는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작은 의혹 하나가 전체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조작기소 의혹과 별건수사 논란은 반드시 정리해야 할 과제다. 이는 과거의 유산이며 민주사회와 양립하기 어렵다. 검찰이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신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법은 강해야 하지만 동시에 공정해야 한다. 힘이 아니라 원칙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법치는 완성된다. 검찰이 그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환골탈태 없이는 신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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