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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고지도자의 SNS 정치, 통합의 문법을 다시 쓰라

2026-10-06 10:34:56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대통령의 말은 사적인 언어가 아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내놓는 한마디는 개인의 소회나 정치적 감상을 넘어 국정의 방향을 가리키는 신호가 된다. 대통령의 손끝에서 나온 SNS 게시물 하나가 시장과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정치권의 전선을 움직이며, 국민 여론을 갈라놓을 수 있는 이유다. 권력의 크기가 클수록 언어는 무거워야 하고, 영향력이 클수록 표현은 절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이 조국·유시민 전 장관 등과 관련된 과거 영상을 자신의 SNS에 직접 공유하며 검찰개혁 논란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특정 정치적 쟁점의 한복판에 직접 뛰어들어 자신의 견해를 확산하는 모습은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국민 통합이라는 대통령의 본래 책무와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이 여론전의 당사자로 비치는 순간, 국정의 중심은 사라지고 정치적 진영의 최전선만 남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막강한 권한은 특정 진영의 승리를 위해 행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여야와 이념, 지역과 세대를 넘어 서로 다른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 공동체의 방향을 하나로 묶으라는 책임이 전제돼 있다. 대통령은 정파의 지도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국정 전반에 걸친 막중한 권한을 부여한 것도 바로 그 무게를 감당하라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SNS 정치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진영 대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SNS는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가 빠르게 확산되는 공간이다. 숙의와 설명보다 짧고 강한 문장이 주목받고, 상대방에 대한 반박과 조롱이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낸다. 대통령까지 이 같은 정치 문법에 익숙해지면 국정은 숙의의 공간이 아니라 여론전의 무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법제도와 검찰개혁처럼 국민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대통령의 언어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특정 논쟁에 직접 개입해 여론 형성에 나서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나 삼권분립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흔들 소지가 있다. 법과 제도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안이 정치적 진영 논리로 재단되는 순간, 법치주의의 권위 역시 함께 훼손된다.

정치에서 침묵은 결코 무능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이 클수록 말하지 않아야 할 때를 아는 것이 통치의 지혜다. 모든 논쟁에 대통령이 직접 답하고 모든 비판에 SNS로 반응한다면 대통령의 말은 많아질지 몰라도 대통령의 권위는 가벼워진다. 국가적 갈등을 한 단계 높은 곳에서 조정해야 할 지도자가 논쟁의 당사자로 내려서는 순간 통치의 무게중심도 함께 무너진다.

이제 대통령실과 여권은 SNS 정치의 효용보다 그 후과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지층의 박수와 순간적인 여론 우위에 기대는 정치로는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없다. 야당을 국정의 경쟁자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인정하고, 국회와의 대화와 타협을 복원해야 한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지지층을 더 단단하게 묶는 것이 아니라 서로 등을 돌린 국민을 다시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적 갈등에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말 한마디가 아니라 넓은 품이다. 상대 진영을 이기는 대통령보다 국민 전체를 품는 대통령이 강한 대통령이다.

최고지도자의 언어에는 권력의 무게가 실려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은 SNS의 즉흥적 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나 통합과 숙의의 문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때로 말이 아니라 절제된 침묵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진영의 투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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