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에 올랐지만 국내 부품산업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중심의 납품 구조에 의존하면서 독자 기술 확보와 거래처 다변화도 더딘 상황이다. 정부의 미래차 전환 지원도 연구개발보다 실질적인 수주와 사업화 성과에 무게를 둬야 한다. 기존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차 시장에서 국내 부품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기업 중 한국 기업은 9곳으로 전년보다 1곳 줄었다. 중국은 14곳에서 16곳으로 늘었고, 매출 증가율 상위 10곳 중 7곳을 차지했다. 특히 성장률 상위 기업 대부분이 전동화·지능화 분야에 집중됐다. 단순한 기업 수의 차이보다 앞으로 자동차 부품시장의 성장 기회를 누가 확보해 나갈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국내 부품산업은 오랫동안 현대차·기아 중심의 납품 구조에서 성장해 왔다.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완성차 업체의 생산계획과 구매 전략에 실적이 좌우되기 쉽다. 완성차 판매가 늘어나는 동안 부품기업들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데 얼마나 투자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기존 거래처에 부품을 공급하는 능력과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경쟁력은 다르다.
정부의 미래차 산업정책도 지원 규모보다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사업 전환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품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개발한 기술이 양산으로 이어졌는지, 해외 완성차 업체로부터 신규 수주를 확보했는지, 특정 거래처에 대한 의존도를 얼마나 낮췄는지도 정책의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 돼야 한다. 기술개발 이후 사업화와 해외 판로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까지 지원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중국 부품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공급망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기존에 부품을 공급하던 중국 기업들도 함께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국내 부품기업이 중국 시장뿐 아니라 제3국에서도 중국 업체와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중국 완성차의 해외 진출을 단순히 자동차 판매 경쟁으로만 바라봐서는 부품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완성차 세계 3위라는 성적이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완성차 기업이 해외에서 판매를 늘려도 국내 부품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성장의 성과는 일부 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국내 생산 기반과 고용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격차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완성차의 성장세에 가려진 부품산업의 위기를 더 늦기 전에 직시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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