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KT, 이제는 정상화의 '골든타임' ③] KT,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관건...'불신의 늪'을 넘어라

선재관 기자 2026-03-05 08:01:00
법원 손 들어줬지만 시장은 아직 '관망' 리스크 해소 넘어 '리레이팅' 갈 길 멀다 외국인 지분 49% …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구조적 한계 직면 박윤영, 'AI 수익화'와 '지배구조 투명성'으로 설득해야
KT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KT가 차기 수장 선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를 넘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박윤영 내정자 체제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고 오는 3월 중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 전면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와 글로벌 자본시장의 반응은 아직 차분하다. "최악은 피했다"는 안도감은 있지만 "지금이 매수 적기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KT 주가는 오랜 기간 '만년 저평가'의 늪에 갇혀 있다. 경쟁사들이 AI(인공지능)와 신사업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프리미엄을 받는 동안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지배구조 탓에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명사가 됐다. 사법 리스크 해소는 정상화의 '필요조건'일 뿐 주가 재평가(Re-rating)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제 시장의 눈은 KT가 가진 구조적 수급의 한계와 미래 성장 동력의 실체로 향하고 있다.

KT 주가 부양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너무 높은 외국인 인기'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제6조)은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인 KT에 대해 외국인 지분율을 49%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KT의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40%대 후반을 유지하며 한도에 육박해 있다는 점이다.

 
KT의 주주구성 현황[그래픽=디자인실]

통신주는 전통적으로 하락장에서 방어주 역할을 하고 고배당 매력이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KT는 경쟁사 대비 낮은 주가수익비율(PER)과 높은 배당 수익률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그러나 '외국인 한도 소진' 상태는 주가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수급 천장'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KT의 펀더멘털을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법적 한도 때문에 주식을 더 매수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등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서 비중이 조절되거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때마다 한도 문제로 인해 매수 주문이 체결되지 않는 현상은 KT 주가의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결국 박윤영 호(號)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의존하던 기존 수급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외국인이 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구조라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매수 주체, 즉 '국내 기관 투자자'를 움직여야만 한다.

◆ 기관은 왜 망설이나… '거버넌스 불신'이 핵심

그렇다면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왜 KT를 적극적으로 담지 않는가. 답은 명확하다. '신뢰의 위기'다. KT는 소유분산기업(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특성상 CEO 리스크가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멀쩡히 잘하던 사업이 경영진 교체와 함께 중단되거나 정치적 외풍에 의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등 경영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번 가처분 사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사외이사의 자격 논란으로 인해 CEO 선임 절차가 법정까지 간 것 자체가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심각한 '거버넌스 리스크'로 인식된다. 기관들은 단기적인 실적 호재보다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중시한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개입하여 경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기관 자금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방벽이다.

최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KT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 조정한 것은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대변한다. 이는 단순한 주가 차익을 넘어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시그널이다. 박윤영 내정자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에게 "이제 KT의 지배구조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수급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압도적인 성장성'이다. KT는 통신 회사(Telco)를 넘어 AI와 ICT를 결합한 'AICT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수조원대 전략적 파트너십은 그 핵심축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청사진이나 양해각서(MOU)만으로는 반응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묻고 있다. "MS와의 협력이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의 매출을 만들어내는가",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이 기존 통신 사업의 저성장을 상쇄할 만큼의 이익률을 낼 수 있는가"

박 내정자는 이 질문에 대해 '숫자'로 답해야 한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AI-RAN'과 '에이닷'으로, LG유플러스가 '익시오'로 구체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동안 KT는 경영 공백으로 인해 실행력이 둔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관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고배당주'라는 방어적 매력을 넘어 'AI 성장주'로서의 프리미엄을 입증해야 한다. MS와의 협력 모델이 단순한 재판매에 그치지 않고 한국형 소버린 AI(Sovereign AI) 구축과 공공·금융 B2B 시장 장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이 가능해진다.

◆ '배당'은 하방 지지, '거버넌스 개혁'이 상방 연다
 
광화문 KT West [사진=연합뉴스]

투자자 관점에서 현재 KT의 주가는 매력적인 구간임이 분명하다. 6%대에 달하는 배당 수익률은 주가의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해 준다. 하지만 박스권을 뚫고 주가가 레벨업 하기 위해서는 '알파(α)'가 필요하다. 그 알파는 바로 '지배구조의 선진화'와 '신사업의 성과'다.

3월 주주총회는 KT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박 내정자는 취임 일성으로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과 함께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거버넌스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4월로 예정된 대규모 조직 개편을 통해 AI·DX(디지털전환) 중심의 효율적인 조직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KT의 주가는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라 센티멘털(심리)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이 KT의 손을 들어주며 족쇄를 풀어줬다. 이제 KT가 스스로 발목에 채워진 '불신의 모래주머니'를 떼어내고 달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