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호르무즈 봉쇄發 리스크에 유가 들썩…韓 제조업 '에너지 인플레' 압박

정보운 기자 2026-03-06 17:22:35
중동 의존도 70%, 정유·석화 넘어 산업 원가 압박 정유·석화 마진 변수…철강·車 등 제조업 비용 상승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여파로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국 제조업 전반에 '에너지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글로벌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통로로 통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원가 부담도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유사의 경우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차익)'이 핵심 수익원인데 원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경우 제품 가격 반영 속도보다 원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 마진이 압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원유 가격 상승은 나프타(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기초 원료) 등 원료 가격을 끌어올려 석유화학 제품 가격과 원료 가격 간 차이인 스프레드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이 제품 가격에 충분히 전가되지 못할 경우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이 단기간에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유업계에서는 유가 상승 자체보다 정제마진과 수요 흐름이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정유업은 원유 가격 자체보다 정제마진이 핵심 변수"라며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제품 가격과 원가 흐름도 중요하지만 수요 심리가 위축될 경우 정제마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제마진이 변동하는 상황에서 수요까지 위축되면 업계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현재까지는 수요 측면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국내 석유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하며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철강·자동차·항공·물류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전반으로 비용 압박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철강 산업은 제철 공정에서 막대한 전력과 연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산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산업 역시 부품 운송과 완성차 물류 과정에서 유류비 비중이 높은 만큼 연료 가격 상승이 물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항공·물류 업계의 경우 항공유와 선박 연료 가격 상승이 운송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운송비와 전력·연료 비용이 동시에 상승할 경우 기업의 생산 및 물류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안팎으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조달 구조와 재고 관리 전략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업계에서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유 조달 구조 특성상 비중동 지역 원유 도입 확대 가능성 등 공급망 대응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