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타이어업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중동향 직수출 차질보다 더 큰 부담은 유가 상승과 해상운임 불안, 전쟁위험 보험료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며 제조 원가와 수출 비용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고인치·전기차용 제품 확대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국내 업체들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가 방어와 공급망 재조정이라는 이중 과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군사 긴장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 시장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일부 선사는 중동 항로 운항을 조정하거나 우회 운항을 검토하고 있으며, 전쟁위험 보험료와 운임 할증이 동시에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타이어업계에서는 이번 변수의 파급력이 단순한 중동 수출 감소보다 원재료와 물류 비용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로, 통항 차질이 발생하면 국제유가 상승과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타이어 산업은 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제조업 가운데 하나다. 합성고무(SBR·BR), 카본블랙, 나프타 기반 화학소재 등 핵심 원재료 상당수가 원유 가격 흐름과 연동된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합성고무와 카본블랙 가격이 뒤따라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되는데, 타이어 제조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가격 변동이 곧바로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번 변수가 원재료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 해상 운송 위험이 커지면 해상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가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중동 항로에서는 전쟁위험 할증료와 보험료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일부 선사는 해당 지역 운항을 제한하거나 우회 운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어는 제품 단가 대비 부피가 크고 해상 운송 비중이 높은 산업이어서 운임 상승이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국내 타이어업계의 글로벌 사업 구조 역시 변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150개국 이상에 제품을 공급하는 수출 중심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중동 시장 비중 자체보다 글로벌 해상 운송 지연이 북미·유럽 공급 일정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물류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교체용(RE) 타이어 시장에서는 공급 일정이 판매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통망 재고와 판매 프로모션이 정해진 시기에 맞춰 운영되는 구조여서 운송 지연이 발생하면 유통 단계에서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신차용(OE) 타이어 역시 공급 일정 차질이 발생할 경우 완성차 생산 계획과 연동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변수는 최근 국내 타이어업계가 확보해온 수익성 개선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업계는 고인치 타이어와 전기차용 타이어 비중 확대를 통해 제품 믹스를 개선하며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이어왔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고하중과 저소음 설계 등 기술 요구 수준이 높아 일반 타이어보다 단가가 높고 수익성 방어에 유리한 제품군으로 평가된다.
다만 원재료 가격과 해상 운임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제품 믹스 개선만으로 비용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이어 가격은 완성차 업체와 장기 계약 구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원재료 상승분을 단기간에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생산·물류 전략 재점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 인근 생산 거점 활용도를 높여 해상 운송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별 물류 거점을 확대해 공급 차질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동시에 합성 고무와 카본 블랙 등 원재료 조달선을 다변화해 원가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타이어와 전기차용 타이어 비중을 확대해 원재료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제품 구조를 강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가격 방어력이 높은 제품 포트폴리오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생산 거점과 판매 거점을 얼마나 분산해 두었는지가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지역별 생산 체계와 재고 운영 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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