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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태광산업 '19년 전쟁'의 종지부…롯데, 이사회 독점권 확보하며 '단독 경영' 닻 올렸다

안서희 기자 2026-03-13 16:02:01
이사회 구성 5:4 → 6:3으로 전격 변경…롯데, 단독 의결권 확보
롯데홈쇼핑. [사진=롯데홈쇼핑]

[경제일보] 대한민국 유통업계의 케케묵은 갈등 중 하나인 롯데홈쇼핑과 태광산업 간의 '한 지붕 두 가족'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롯데가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며 그간 태광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던 의사결정 체계를 롯데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이사 수 조정을 넘어 롯데가 태광의 '견제'를 뿌리치고 독자적인 경영 노선을 걷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13일 롯데홈쇼핑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을 기존 '롯데 측 5명, 태광 측 4명'에서 '롯데 측 6명, 태광 측 3명'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세부적으로는 롯데 측이 임원 3명과 사외이사 3명을 태광 측이 임원 1명과 사외이사 2명을 배치하는 구조다.

이번 이사회 개편의 핵심은 '3분의 2'라는 숫자에 있다. 상법상 이사회 특별 결의 등 중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기존 5대 4 구조에서는 태광 측 이사들이 집단으로 반대할 경우 롯데가 주요 경영 사안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주총을 통해 롯데가 전체 9명 중 6명을 확보하면서 태광의 동의 없이도 주요 안건을 단독 의결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롯데와 태광의 악연은 19년 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을 인수하며 53%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고 기존 주주였던 태광산업이 45%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 남게 되면서 불행한 동거가 시작됐다.

태광은 인수 직후부터 "롯데의 인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해왔다. 2011년 대법원 패소 이후 갈등이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최근 롯데홈쇼핑의 실적 부진과 사옥 매입 건이 맞물리며 다시 폭발했다.

특히 2023년 8월 롯데홈쇼핑이 롯데지주로부터 서울 양평동 사옥을 2039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이 결정타였다. 태광 측은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계열사인 롯데지주에 현금을 몰아주기 위한 부당 지원"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올해 초에는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의 해임까지 요구하며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이 최근 롯데를 향해 공격의 수위를 높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이 최근 애경산업을 인수한 행보와 연관 짓는 시각이 우세하다. 태광은 자회사를 통해 코스메틱 전문법인을 설립하는 등 K뷰티를 미래 먹거리로 점지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의 지배구조와 수수료 배분 구조에 변화를 시도해 실익을 챙기거나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재편을 염두에 두고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즉 롯데홈쇼핑의 경영 효율성을 지적함으로써 향후 지분 매각이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은 "태광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당 사안이 정리되면 또 다른 쟁점을 가져오는 식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내부거래 부당지원 주장은 지난 19년간 태광 측 이사진도 동의해온 일반적인 유통 방식"이라며 태광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번 주총 결과로 경영권 분쟁의 승추는 일단 롯데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롯데홈쇼핑은 주총 직후 배포한 자료에서 "향후 근거 없는 주장이나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합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전례 없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간 태광의 눈치를 보느라 지연됐던 계열사 간 협업이나 신규 투자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바탕으로 본업인 홈쇼핑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모바일 전환 가속화와 자체 브랜드(PB) 개발 등 실적 반등을 위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사회 리스크'를 제거한 것은 큰 수확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