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세금 변수에 매도 쏟아지는데…강남은 '사려는 사람' 없다

우용하 기자 2026-03-24 10:16:20
서울 매물 8만건 돌파, 9개월 만 최대 강북은 매물 소화, 강남은 정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3구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세금 부담을 앞둔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매물은 8만건 이상으로 쌓였지만, 매수세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적체가 심화되는 흐름이다.
 
2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1일 기준 8만8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8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공시가격 발표 직전인 16일 7만5959건이던 매물은 하루 평균 800건 이상 늘어났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 크다. 1월 2일 5만6075건에서 40% 넘게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세금 부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공시가격 상승이 현실화되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매도 물량이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몰린 지역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강남구 매물은 1만966건으로 집계되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서초구와 영등포구, 강동구, 용산구도 상승률이 높았다.
 
이들 지역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보유세 증가를 피하려는 매도 움직임이 집중되면서 매물이 빠르게 쌓이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공시가격 발표 이후 보유세 부담을 고려한 상담이 급증하면서 매물 출회가 이어지고 있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매도가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거래는 급매 위주로 이뤄지는 중이다. 매수자들은 가격을 낮춘 물건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하락 기대감에 일반 매물은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 분위기는 엇갈린다. 최근 이틀 동안 일부 매물이 소화되며 전체 매물은 7만7000건대로 줄었지만 감소 속도는 지역마다 차이가 컸다. 실거주자의 수요가 많았던 강북권에서는 매물이 비교적 빠르게 감소했다. 특히 중랑구와 은평구, 강북구 등에서는 평균보다 큰 폭의 감소가 나타났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는 수요가 일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강남권과 한강변 주요 지역에서는 매물 소화 속도가 더뎠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는 감소 폭이 제한적이었고 한강벨트 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지역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충분히 따라붙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장은 매도 물량 증가와 수요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에 들어선 추세다. 매도자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금 변수와 금리, 대출 규제 등이 동시에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 증가가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거래 정체가 장기화될지는 매수세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매도와 매수 간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관망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