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수사는 법정으로 간다. 방송으로 향하는 순간 성격이 달라진다.
9일 2차 종합특검의 김지미 특검보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특검 인력과 수사 대상, 향후 소환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논란이 커진 이유는 분명하다. 수사의 내용이 아니라 전달 방식이 문제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특검은 애초부터 예외적 장치다. 기존 수사기관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판단이 누적될 때 가동된다. 그만큼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 법이 허용한 범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절차와 형식까지 공정해야 비로소 신뢰가 유지된다.
공식 브리핑은 그 최소한의 기준이다. 모든 언론에 열려 있고 질문과 검증이 동시에 이뤄진다. 수사기관의 말은 그 틀 안에서만 유효하다. 그 절차가 공정성을 지탱한다. 반면 특정 채널 출연은 성격이 다르다. 질문의 방향과 전달의 맥락이 이미 형성된 공간이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달라진다. 공적 절차를 벗어난 설명은 사실 전달이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수사의 언어도 변한다. “곧 보게 될 것”이라는 표현은 설명이라기보다 결과를 암시하는 신호에 가깝다. 수사는 과정으로 축적돼야 한다. 결론을 앞당겨 보여주는 순간, 수사는 사실이 아니라 기대와 인상으로 소비된다.
결국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자리다. 설명의 무대가 달라지면 수사의 무게도 달라진다.
알 권리를 이유로 내세운다. 필요하다. 다만 알 권리는 방식까지 정당화하지 않는다. 설명이 공정한 절차 위에 서 있지 않다면, 그 설명은 신뢰를 쌓기보다 의심을 키운다. 설명이 신뢰로 이어지지 못하면 남는 것은 의도에 대한 해석뿐이다.
정치권은 즉각 갈렸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특검의 생명은 중립성에 있다. 특정한 공간과 결합하는 순간, 그 기반은 스스로 약해진다.
과거 특검들이 말을 아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는 결과로 평가받고 과정은 기록으로 남는다. 결론은 법정에서 말한다. 그 순서를 지키는 것이 곧 신뢰였다.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분명하다. 공식 브리핑이다. 절차를 지키면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 틀을 벗어난 설명은 설명이 아니라 선택으로 읽힌다.
특검은 수사 결과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수사를 어떻게 드러냈는지까지 함께 평가받는다. 수사는 법정에서 완성되고 설명은 공적 절차 안에서 이뤄진다. 이 기본이 흔들리는 순간 특검은 스스로 공정성을 의심받는 위치에 서게 된다. 결국 수사의 내용이 아니라 수사를 다루는 태도가 신뢰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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