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기업은 오랫동안 더 많이 만드는 경쟁에 머물렀다. 점유율을 넓히고 설비를 키우고 제품군을 늘리는 일이 성장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졌다. 테슬라는 이 흐름에서 한 발 비켜섰다.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싸울 것인가를 먼저 정했다. 자동차 시장 안에서 우열을 가리기보다 애초에 판을 바꿨다. 전기차와 배터리 에너지 저장과 태양광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으며 산업의 경계를 다시 그었다.
도덕경의 “反者道之動(반자도지동)”이 말하듯 길은 종종 거꾸로 갈 때 열린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대중차를 겨냥하지 않았다. 값비싼 소량 생산 차량으로 시작해 그 수익으로 다음 단계를 열고 다시 더 낮은 가격으로 내려왔다. 돌아가는 길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좁은 문부터 통과하는 방식이 오히려 판을 넓혔다.
싸움의 승부는 힘이 아니라 판에서 갈린다는 손자병법의 “上兵伐謀(상병벌모)”도 같은 맥락을 짚는다. 테슬라는 내연기관 기업들과 같은 방식으로 맞서지 않았다. 엔진과 변속기의 우열을 겨루지 않았다. 대신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충전망과 공장을 중심으로 기준을 바꿨다. 전장을 바꾸자 경쟁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서로를 살린다는 도덕경의 “有無相生(유무상생)”은 이 회사의 선택을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테슬라는 차의 외형보다 배터리 원가 공장의 배치 충전망의 밀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같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소비자는 자동차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경험을 산다. 보이지 않는 축적이 결국 보이는 가치를 만든다.
먼저 이길 조건을 갖춘 뒤 싸움에 나선다는 “先勝而後求戰(선승이후구전)”의 원칙도 자연스럽게 겹친다. 테슬라는 제품보다 공장을 먼저 들여다봤다. 생산 방식과 속도를 경쟁력의 중심에 놓았다. 준비가 끝난 뒤 시장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싸움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방향이 정해진다.
큰 것은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는 도덕경의 “大國者下流(대국자하류)”는 테슬라의 또 다른 선택을 설명한다. 배터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판매까지 핵심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번거로운 길이지만 흐름의 중심을 스스로 쥐기 위한 선택이었다. 남의 속도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만드는 방식이다.
형세는 고정되지 않는다는 “兵無常勢 水無常形(병무상세 수무상형)”의 통찰처럼 테슬라는 하나의 형태에 머물지 않았다. 자동차에서 에너지로 다시 인공지능으로 확장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바뀌느냐였다. 방향을 붙들고 형식을 바꾸는 능력이 경쟁력이 됐다.
이 회사의 행보는 때로 거칠게 보인다. 생산 차질도 있었고 품질 논란도 이어졌다. 그러나 반복되는 선택은 단순하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일이다. 빠르게 만들고 바로 고치고 다시 밀어붙인다. 설명보다 작동을 앞세운다. 겉은 거칠어 보여도 안에서는 군더더기를 줄이는 작업이 계속된다.
덜어낼수록 오히려 또렷해진다는 “少則得 多則惑(소즉득 다즉혹)”의 역설은 테슬라의 속도를 설명하는 문장에 가깝다. 제품군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핵심에 집중했다. 덜어냈기 때문에 속도가 붙었다. 속도는 더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줄이는 데서 만들어진다.
정공과 변칙이 함께 움직일 때 승부가 난다는 “以正合 以奇勝(이정합 이기승)” 역시 이 흐름 위에 놓인다. 전기차라는 큰 흐름에 정면으로 올라타면서도 판매 방식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충전 인프라에서는 다른 길을 택했다. 기본과 변칙이 동시에 작동했다.
많은 기업이 위기를 만나면 덧셈부터 선택한다. 조직을 늘리고 체계를 붙이고 기능을 더한다. 그러나 테슬라의 방식은 다르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먼저 정한다. 길이 많을수록 먼저 줄인다.
테슬라는 기술로 설명되는 기업이 아니다. 선택으로 설명되는 기업이다. 어디서 싸울 것인지 무엇을 버릴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 회사를 만들었다. 결국 기업의 속도는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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