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 대통령 "호르무즈 안전항행 인도와 긴밀 공조"

한석진 기자 2026-04-20 16:56:51
중동 해상로 지키고 에너지 공급망 넓힌다…방산·조선·자동차 협력도 확대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영접 나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중동의 핵심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인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긴장이 커질 때마다 국제유가와 물류비가 흔들리는 만큼 양국이 에너지 안보를 함께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타임스오브인디아 서면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모든 선박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을 할 수 있도록 인도와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좁은 바닷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등 산유국에서 출발한 원유와 가스 운반선이 세계 시장으로 나갈 때 반드시 거치는 통로로 꼽힌다. 이곳에서 군사 충돌이나 봉쇄 우려가 커지면 국제유가가 오르고 해상 운임도 뛰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 인도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이 대통령도 “한국과 인도 모두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급의 상당 부분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며 “핵심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양국 국민의 안전과 국가 존립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단순히 운송로 안전에만 머물지 않고 에너지 조달처를 넓히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으면 분쟁이나 공급 차질 때 충격이 커지는 만큼 다른 국가와의 거래 확대, 재생에너지 협력, 저장시설 투자 등으로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공동으로 모색하는 일도 양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이 양국 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인도를 한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로 삼겠다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이자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형 시장이다. 제조업 육성과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어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건설 방산 등 한국 주력 산업과 협력 여지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은 “인도는 대한민국 입장에서 최적의 동반자”라며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넓히겠다고 했다.
 

경제 협력의 첫 과제로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제시했다. CEPA는 상품 관세를 낮추고 투자와 서비스 교역을 넓히기 위한 양국 간 경제협정이다. 자유무역협정과 비슷한 성격으로 이해하면 쉽다. 협정이 개선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입 비용이 줄고 투자 문턱도 낮아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전자제품 자동차 등 기존 협력 분야를 넘어 조선 금융 방산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Make in India, Together with Korea’ 비전을 현실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인도 현지 생산 확대와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결합하겠다는 의미다.
 

방산 협력 사례로는 K-9 바즈라 자주포 사업을 언급했다. K-9 자주포는 한국이 개발한 대표 방산 수출 품목으로 인도에서는 현지 생산 방식으로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체결된 2차 사업은 제조 공정의 60% 이상을 인도 현지에서 진행하기로 했고 현재 계획대로 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인도가 자체적으로 장비를 생산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공동 기술개발과 공동 생산, 유지·보수 체계까지 협력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단순 판매를 넘어 장기 산업 협력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이번 순방은 외교 행사를 넘어 한국 경제의 새 성장판을 찾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통상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거대 시장 인도와 협력을 넓히면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