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터리 수요 다변화…전기차 둔화 속, ESS 업황 반등 '새 축' 부상

정보운 기자 2026-04-21 15:57:57
고유가·에너지 안보 강화 속 ESS 투자 확대 EV 중심 수요에서 전력 인프라로 확장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관객들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 중심에서 ESS 등으로 다변화되며 국내 배터리 3사가 부진한 실적 국면 속에서도 업황 반등의 새 축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전력 저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배터리 수요 기반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EV) 수요 둔화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에도 적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며 배터리 수요 구조가 EV 단일 축에서 벗어나 다변화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간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판매와 높은 연동성을 보이며 전기차 수요가 늘면 배터리 출하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성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ESS 수요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이 큰 전원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력 저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ESS용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흐름과 에너지 안보 강화 기조가 맞물리며 각국의 ESS 투자 확대를 자극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경유 등 화석연료 비용 부담을 키우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을 상대적으로 높이고 동시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변동성이 큰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력 저장 수요가 함께 증가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ESS 투자가 동반 확대되는 구조다. 과거 유가 상승이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 요인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전기차·재생에너지·ESS 확산을 동시에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도 EV 중심에서 ESS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ESS 및 신사업 비중을 현재 약 20% 수준에서 중장기적으로 40%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공식화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및 전력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ESS 사업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사와 2조원 이상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도 미국 주요 에너지 기업과 추가로 조 단위 ESS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전기차용 고성능 배터리 중심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제품군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ESS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SK온 역시 북미 ESS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고객사와 10GWh 이상, 약 1조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며 이르면 2분기 내 본계약 체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올해 ESS 수주 목표(약 20GWh)의 절반을 확보하게 되는 수준으로 그간 전기차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신규 수요처를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ESS 수요 확대가 전기차 둔화 국면에서 배터리 업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삼성SDI는 3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점진적인 실적 개선 기대감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단일 시장 의존 구조에서 점차 벗어나 전력·에너지 인프라까지 수요 기반을 넓혀가는 전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업황 변동성을 완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산업의 성격을 자동차 부품 중심에서 전력 인프라 병행 산업으로 확장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