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불거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천 논란은 바로 이 위험한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 법원의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단이 내려진 인물을 두고, 수십 명의 현역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공천을 요구하는 장면은 단순한 당내 갈등을 넘어선다. 이는 법치의 권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정치적 행동이며, 공과 사의 구분을 흐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정치는 본래 ‘도(道)’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노자의 말처럼 큰 길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인위적 명분과 위선이 채운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그러하다.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객관적 기준 대신 ‘정치적 피해자’라는 서사가 앞세워지고, 판결의 무게보다 정파적 연대가 우선시되는 현실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책임의식의 부재다.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천을 강행하자는 주장은 형식 논리일 뿐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재·보궐 선거라는 비용과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정치는 결과에 책임지는 행위여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유교의 가르침이 강조하는 것도 결국 자기 절제와 책임이다. 자신을 바로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공적 권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공동체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낮추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니라 구조적 퇴행이다.
사법부에 대한 압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정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판결 방향을 언급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흔드는 일이다. 법원이 정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순간, 법치는 더 이상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없다.
결국 이 사안의 본질은 하나다. 공당이 ‘국민의 상식’ 위에 서 있느냐, 아니면 ‘내 편의 논리’에 갇혀 있느냐의 문제다. 공천은 특정인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그 기준이 무너지면 정당 정치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한 해석이 아니라 단순한 원칙이다. 법적 판단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 그 결론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다. 무죄가 확정된다면 그때 당당히 정치적 평가를 받으면 된다. 그 이전에 권력을 동원해 길을 열어주려는 시도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정치는 결국 신뢰로 유지된다. 그리고 그 신뢰는 공정함에서 나온다. 사사로운 의리가 공적 판단을 압도하는 순간, 정치는 공동체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도구로 전락한다. 지금의 논란은 단순한 공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치가 여전히 ‘법 위에 사람을 두는가’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답은 어렵지 않다.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상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무너질 때, 어떤 명분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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