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기자수첩]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 '권리'와 '책임'의 위태로운 경계선

안서희 기자 2026-05-08 16:40:48
"분배의 정의인가, 생존의 위기인가…송도 '바이오 신화' 뒤에 가려진 갈등의 민낯"
안서희 생활경제부 기자
[경제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심장부인 인천 송도가 거대한 폭풍전야에 놓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1차 전면 파업에 이어 오는 8일 노사 교섭 결렬 시 더 강력한 '2차 전면 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 '단결권'과 기업의 생존 및 산업적 책임이 충돌하며 그 경계선이 어느 때보다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결이 다르다. 공장의 가동 중단은 단순히 '생산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고 정제하는 바이오 공정은 24시간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하는 '연속성'이 생명이다.

배양 중인 세포주가 사멸하거나 단백질이 변질될 경우 해당 공정의 배치(Batch) 물량은 전량 폐기돼야 한다. 사측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액이 6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CDMO 산업의 핵심 자산은 '납기 준수'와 '품질'이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계약 이행 실패는 막대한 위약금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 전체의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파업 전 법원이 내린 이례적인 결정이다. 인천지법 민사합의21부는 사측이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원료 또는 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해동된 세포주의 변질 방지 등 핵심 공정 설비에 대해서는 노조의 쟁의 행위를 제한했다. 

물론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 다만 그 권리가 행사되는 방식과 시점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기업의 존립이나 핵심 자산 보호라는 가치와 충돌할 때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음을 명시한 판단이다. 즉 파업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나 그것이 사업의 근간을 파괴하거나 타인의 생명권(환자 투약 일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는 '책임의 경계'를 확인한 셈이다.
 
현재 노조는 1인당 격려금 3000만원과 임금 14% 인상 등을 요구하며 배수진을 쳤다. 반면 사측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쟁의의 목적이 '더 나은 근로 환경'에 있다면 그 근간이 되는 '일터' 자체를 위협하는 방식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15년간 쌓아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신화가 노사 간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노사 양측, 나아가 국가 경제로 돌아온다.

8일 예정된 노동부 중재 교섭은 단순히 '금액'을 맞추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노조는 법원이 인정한 공정의 특수성과 사회적 책임을 직시하고 사측은 전향적인 자세로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는 '상생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권리는 책임의 토대 위에서 행사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완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