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인사이트

[데스크 칼럼] 박상용 검사의 편지…특검은 재판까지 바꿀 수 있나

한석진 기자 2026-05-17 15:25:51
대검 감찰위 온 박상용 검사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특검은 검찰 불신 속에서 태어난 제도다. 권력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은 “검찰만으로는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고 특별검사라는 예외적 장치를 꺼내 들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옷로비 특검이 그랬고 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송금 특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 역시 같은 흐름 위에서 출범했다.

그런 점에서 특검 자체를 비정상 제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 정치에서 특검은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 불신이 일정 수준을 넘었을 때 작동해 온 정치·사법적 안전판이었다. 검찰이 권력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할 때마다 특검 요구는 되살아났다.

 

이번 논란도 출발은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과거 특검 논쟁과 다른 대목이 보인다.
 

쟁점은 특검 도입 자체가 아니다. 이미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공소유지까지 특검이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여기서부터 논란은 정치 공방을 넘어 헌법과 형사사법 체계의 문제로 옮겨간다.
 

최근 박상용 검사가 대통령에게 공개 형식의 장문의 글을 보냈다. 박 검사는 대통령 관련 사건을 담당할 특별검사를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특검이 공소유지와 공소취소까지 담당하게 되면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원칙 그리고 평등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현은 거칠었다. “사이비 재판” “승부조작” “헌법파괴” 같은 단어까지 등장했다. 정치권 반응도 즉각 갈렸다. 한쪽은 헌정 질서에 대한 경고라고 했고 다른 한쪽은 검찰 기득권의 반발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이번 특검 논쟁은 정치 구호만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헌법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 형사재판은 검사가 기소하고 검사가 공판을 유지하는 방식 위에서 움직여 왔다. 법원은 그 공소 범위 안에서 판단한다. 한국 형사소송 체계는 오랜 시간 그 틀 위에서 유지돼 왔다.
 

검사의 역할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다. 검사는 유죄 입증 책임을 지는 동시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 역시 법정에 제출해야 한다. 법조계가 검사를 공격 당사자라기보다 공익 대표자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공소유지 주체의 독립성은 형사사법 체계의 중요한 축으로 여겨진다. 법조계가 이번 특검법 조항을 예민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유지 체계를 특검으로 넘기는 문제는 담당 검사 교체와 성격이 다르다. 수사기관을 바꾸는 문제를 넘어 재판 수행의 축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소취소와 항소취하도 형사재판에서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문제다. 상급심 판단 기회 자체를 끝낼 수 있어서다. 형사재판은 개인 간 다툼이 아니라 국가 형벌권 행사와 직결된 절차다. 공소유지 주체가 바뀌는 문제를 인사 조정 정도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박 검사의 문제제기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대통령 관련 사건을 담당할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 이해충돌 논란을 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헌법재판과 형사소송 실무에서는 오래전부터 “누구도 자기 사건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중시해 왔다.
 

법관 기피 제도도 같은 취지다. 재판은 실제로 공정해야 하고 공정하게 보이기도 해야 한다. 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결과의 권위도 함께 약해진다. 법조계가 절차를 형식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다.
 

다만 특검 찬성 측 논리도 허술하게 넘길 수 없다. 특검 추진 세력은 검찰 권력 자체를 문제 삼는다. 검찰이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치인을 상대로 선택적 수사와 과잉 기소를 반복해 왔다는 문제의식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어느 정권에서는 “권력 수사”로 평가받았고 다른 정권에서는 “정치 수사”라는 공격을 받았다.
 

검찰개혁 논쟁이 반복돼 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특검 추진 세력 역시 자신들 나름의 절차 신뢰를 말한다. 검찰 수사 자체가 이미 정치 논란 한복판에 들어간 상황이라면 기존 검찰이 계속 공소유지를 맡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다.
 

특검 찬성 측은 기존 검찰 조직이 사실상 사건의 당사자가 됐다고 본다. 수사 과정 자체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그 검찰이 계속 재판을 끌고 가는 것이 과연 절차 신뢰에 부합하느냐는 문제제기다.
 

이 역시 배척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검찰 권력이 정치와 결합할 경우 국민 기본권 침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한국 사회가 오래 겪어 온 문제다.
 

이번 논쟁의 중심에는 두 가치가 맞서 있다.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요구와 재판 절차의 독립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정치권은 이를 지나치게 진영 논리로 몰고 가고 있다. 한쪽은 특검 반대를 모두 방탄 논리로 규정한다. 다른 한쪽은 특검 찬성을 사법파괴 시도로 몰아간다. 그러나 헌법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검찰 권력은 견제를 받아야 한다. 동시에 권력자가 재판 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려들을 수 없다. 헌법은 어느 권력도 자기 필요에 따라 절차를 바꾸지 못하도록 세워진 최소한의 장치다.
 

특검의 위치 역시 이 지점에서 민감해진다. 특검은 국회가 법률로 설치하는 한시적 수사기구다. 그래서 특검 권한이 기존 형사사법 체계와 부딪힐 때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 안에서도 시각은 갈린다. 어떤 쪽은 검찰 권력 통제를 앞세운다. 다른 쪽은 재판 절차 독립을 더 우려한다. 지금 충돌은 정치 공방이 아니라 형사사법 체계의 중심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특검이 기존 재판의 공소유지까지 맡을 수 있는지. 대통령 임명권과 재판 독립 원칙의 충돌을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이 논쟁은 정치 구호를 넘어 헌법 해석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언론 역시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지금 정치권 언어는 거칠다. “방탄”과 “사법파괴”가 서로를 향해 날아다닌다. 그러나 헌법 문제를 진영 구호처럼 다루기 시작하면 국민은 조문보다 감정을 먼저 읽게 된다. 언론이 할 일은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충돌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일이다.
 

검찰도 정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검 요구가 반복돼 온 배경에는 검찰 불신이 놓여 있다. 그렇다고 재판 절차 독립 문제까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민이 바라보는 것은 특정 사건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 전체다. 검찰을 믿지 못하면 특검 요구는 반복된다. 반대로 특검조차 정치 권력의 영향 아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사법 체계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수사와 재판이 정치의 연장선처럼 비치는 순간 법원 판단도 정치적 해석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은 판결문보다 진영 논리를 먼저 읽게 된다. 형사사법 체계가 흔들리는 순간은 법원이 무너질 때가 아니라 국민이 결과를 믿지 않게 될 때 먼저 온다.
 

이번 논쟁은 특정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반복될 수 있는 선례의 문제다. 오늘 특정 권력에 유리한 제도가 내일은 또 다른 권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특검 제도는 검찰 불신 속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재판 절차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남기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상용 검사의 편지가 던진 파장도 결국 그 지점에 머물러 있다. 검찰 권력에 대한 불신과 재판 절차 독립 사이 충돌을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 그 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이번 논란은 한 사건의 공방으로 끝날 수도 있고 한국 형사사법 체계의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