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기자수첩] 삼성역 철근 누락이 다시 꺼낸 건설 현장 검증 문제

우용하 기자 2026-05-23 09:02:16
우용하 긴설부동산부 기자

[경제일보] GTX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는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하나의 시공 오류처럼 보였다. 설계도면과 다르게 철근이 시공됐고 이를 뒤늦게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시선은 철근이 빠진 이유보다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문제가 마지막 단계까지 걸러지지 않았느냐는 의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서울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 내 GTX-A 삼성역 승강장 구간이다. 지하 5층 기둥 80개 가운데 50개에서 설계와 다른 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상 주철근은 두 줄로 배치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한 줄만 시공됐고 누락 규모는 약 2570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철근 누락과 관련해 시공사의 책임을 인정하며 보강 조치와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철근 누락 발견 이후 과정으로 옮겨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자체 품질 점검 과정에서 문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 국토교통부를 거치는 검토 과정이 이어졌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관련 내용이 전달됐는지를 두고 공방도 뒤따랐다.

다만 이번 사안을 단순 보고 체계 문제로만 볼 일은 아니다. 건설 현장에는 시공사 내부 점검과 감리단 검측, 발주처 관리 등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가 적용된다. 하나의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여러 차례 점검 과정을 거치는 구조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사고 자체보다 그 과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국토위 현안질의에서는 시공 오류 자체뿐 아니라 감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누락 사실을 확인한 이후 검측과 관리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철근이 왜 빠졌는지보다 그 사실이 왜 마지막 단계까지 걸러지지 않았는지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더 무거운 지점은 사업의 성격이다. 이번 현장은 일반 건축물이 아니다. 수도권 교통 체계를 바꾸겠다는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이다. 참여 주체 역시 국내 최상위 건설사다.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체계가 적용돼야 할 현장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건설업계에서는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철근 문제가 단순 자재 이슈를 넘어 관리 체계 전반을 상징하는 단어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다. 당시에도 논란의 핵심은 철근 개수 자체보다 설계와 시공, 감리 단계 전반에서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여러 단계의 안전 장치가 동시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번 GTX 삼성역 사례를 두고도 단순 시공 실수보다 검증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물론 보강 이후 구조 안전성은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근을 추가하고 구조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지점은 단순 구조 계산 결과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깊은 공간에서도 안전 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다.
 
국토위 현안질의 역시 철근 수를 다시 세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국가 핵심 인프라를 떠받치는 검증 체계가 제 역할을 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철근 2570개보다 더 크게 비어 보이는 것은 구조물 내부가 아니라 관리 체계 어딘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