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일보] 국세청 "최근 9개월 성과"라던 권혁 해외 계좌 환수…알고 보니 6년 전 3억짜리

한석진 기자 2026-05-26 09:21:23
임광현 국세청장 [사진=국세청]


[경제일보] 국세청이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의 해외 은닉 재산을 환수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해당 사안은 6년 전 일본에서 이뤄진 3억원대 압류 조치였던 것으로 공식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법원에서 패소한 직후 낡은 실적을 꺼내 들어 여론을 관리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9일 권 회장의 선박 관리 계열사 시도카캐리어서비스가 서초세무서장과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초세무서가 부과한 2006년 사업연도 법인세 약 29억5774만원과 가산세 약 24억3215만원, 서초구청이 부과한 법인세할 주민세 약 3억6629만원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의 핵심은 국세청의 입증 실패였다. 법원은 국세청이 국내원천소득 총합계액의 구체적인 소득 구분과 금액을 끝내 주장·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011년 과세처분 이후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친 15년 소송이 이렇게 끝났다. 과세의 정당성을 입증할 책임을 진 국세청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그 판결로부터 18일 뒤인 지난달 27일, 국세청은 A4 11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제목은 '세금 떼먹고 해외에 숨겨놓은 재산, 끝까지 쫓아가 받아냈다'였다.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이후 최근 9개월간 3개국 과세당국과 징수공조를 통해 총 5건, 339억원을 환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국세청은 권 회장 사례를 최근 9개월의 주요 성과로 전면에 내세웠다. 권 회장의 개인 체납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권 회장이 지배하는 해외 법인 시도홀딩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일본 내 시도홀딩 예금계좌를 압류·추심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제3국에 숨겨놓은 예금계좌를 찾아내 수차례 실무회의 끝에 예금 전액을 추심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국가명과 환수 금액은 "상대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세청이 '최근 9개월 성과'라고 밝힌 이 사안의 실제 처리 시점을 보여주는 문건이 있다. 본지가 입수한 일본 세무당국 발행 공조실시결정통지서다.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일본 과세당국이 시도홀딩 명의 일본 내 계좌를 압류 결정한 날짜는 2020년 6월 30일, 집행일은 같은 해 7월 15일이다. 국세청이 '최근 9개월 성과'로 발표한 건이 실제로는 6년 전 처리된 사안이었다.
 

금액도 문건에 적시돼 있다. 전체 잔액 약 135만9000달러의 계좌에서 실제 압류된 금액은 31만1952달러, 한화 3억7276만원이었다. 국세청이 "예금 전액을 추심했다"고 발표한 건의 실제 규모다. 권 회장의 개인 체납액 3938억원에 비춰보면 0.09%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권 회장 측은 "2020년 일본 세무당국과의 공조로 차압한 3억7276만원을, 마치 최근 외국과 공조해 수백억 원을 받아낸 것처럼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며 "6년 전 진행된 소액 압류 건을 최근 9개월 성과로 포장하면서, 권 회장을 거액 해외 은닉 체납자로 반복 노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6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