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수출은 호황인데 가계는 냉랭…GDP·소득 증가율 격차 확대

우용하 기자 2026-05-31 17:19:29
1분기 GDP 3.6% 성장…가계 실질소득 증가는 0.4%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근로소득 감소·자영업 소득 정체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를 끌어올렸지만 가계의 체감 온도는 달랐다. 경제 성장률은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가계소득 증가는 사실상 제자리 수준에 머물며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퍼지지 못한 모습이다.
 
31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462만871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증가율은 0.4%였다.
 
하지만 가계소득 흐름은 오히려 둔화하는 방향을 보였다. 작년 1분기 2.3%였던 실질소득 증가율은 2분기 0%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5%, 1.6%를 나타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한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반도체 수출이 성장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경제 전체 성장과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 개선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생겼다.
 
성장률과 실질소득 증가율 차이는 3.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24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격차다.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 여건은 근로소득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1분기 실질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다. 2024년 이후 가장 부진한 흐름이다.
 
자영업자 소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질 사업소득 증가율은 0.5%에 머물렀으며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성과급 증가 효과를 누렸지만 상당수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는 성장의 온기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분배 지표도 좋지 않았다. 올해 1분기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를 기록했는 데 이는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상위 20% 가구 소득은 4.2% 늘어난 반면 하위 20% 소득 증가율은 2.7%에 그쳤다. 소득 증가 속도부터 차이가 났다. 2분위와 3분위 소득 증가율 역시 각각 1.5%, 1.2%에 머물렀다. 상위 20~40%에 해당하는 4분위 소득 증가율은 0.5%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같은 분기 기준 최저치다.
 
전체 소득 가운데 상위 20%가 차지하는 비중은 45.2%까지 올라갔다.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 성장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출과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내수와 서비스업, 자영업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성적표는 성장률과 체감경기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도체가 경제를 끌어올린 가운데 성장의 과실을 산업 전반과 가계로 확산시키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