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사진=현대건설]
[경제일보] 도시정비사업 시장의 주도권이 다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로 집중되고 있다. 연초에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수주 실적을 빠르게 쌓으며 존재감을 키웠지만 압구정과 반포, 성수 등 핵심 사업지의 향방이 하나둘 결정되면서 상반기 수주 판도도 다시 ‘빅3’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은 최근 압구정과 반포,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잇달아 시공권을 확보하며 수주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달 마지막 주에만 압구정3·4·5구역과 신반포19·25차 등의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되면서 주요 사업지 판도도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0일 공사비 1조4960억원 규모의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했다. 앞서 시공사로 선정된 압구정3구역까지 합치면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7조원을 웃도는 수주 실적을 쌓았다.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사업지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 입찰이 성사된 곳이었다. 현대건설은 DL이앤씨와의 경쟁 끝에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압구정2구역에 이어 3구역과 5구역까지 확보하면서 압구정 재건축의 주도권을 가져가게 됐다.
올해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섰다. 군포 금정2구역 재개발과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 압구정3구역과 5구역 등이 반영됐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연간 12조원을 목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래미안 일루체라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지난해 수주 2위를 기록했던 삼성물산의 추격 역시 만만치 않다. 삼성물산은 지난 23일 공사비 2조1154억원 규모의 압구정4구역 재건축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확보한 데 이어 30일에는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 사업까지 따냈다.
신반포19·25차에서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었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최종 시공권을 확보했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목표치를 13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지난해 수주액인 9조2622억원보다 40% 이상 많은 규모다. 압구정4구역과 신반포19·25차 수주를 발판으로 하반기에도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도 수주 실적을 추가하며 상위권 경쟁을 이어갔다. GS건설은 지난 30일 하루 동안 경기 용인 수지삼성4차 재건축과 군포 금정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연이어 확보했다. 두 사업의 공사비를 합치면 8425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GS건설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5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목표인 8조원의 70% 수준이다. 향후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 결과에 따라 실적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올해 도시정비사업 시장의 특징은 전체 물량 증가보다 핵심 입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공사비 부담과 금융 비용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선별 수주에 집중하면서 압구정과 반포, 성수, 개포 등 상징성이 큰 사업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들 사업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한 공사비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상징성이 큰 사업지를 확보할 경우 브랜드 가치와 향후 수주 경쟁력까지 함께 높일 수 있어서다. 실제 현대건설은 압구정2·3·5구역을 확보하며 압구정 재건축 시장의 중심에 섰고 삼성물산 역시 압구정4구역과 반포권 사업지를 잇달아 확보하며 강남권 핵심 사업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건설업계의 시선은 하반기로 향하기 시작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목동과 여의도며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은 전체 사업 규모가 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여의도 역시 시범아파트와 목화아파트 등 사업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다만 승부를 가르는 기준은 과거보다 더 복합적일 수 있다. 브랜드와 설계 경쟁이 여전히 중요한 가운데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 안정성과 자금 조달 능력의 영향력도 한층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설계 차별화가 수주전의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 능력과 공사비 관리 역량, 사업 추진 안정성까지 함께 평가한다”며 “하반기 목동과 여의도 수주전 역시 이런 기준이 승패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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