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병원 입원실의 남녀 구별 의무를 폐지하려던 방침을 여론 반발에 따라 거둬들여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의 입법예고 기간에 제기된 국민 의견을 반영해 남녀 입원실 구별 규정 폐지안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법령과 의료 현장 간의 괴리를 줄이고자 남녀 구별 운영 기준 자체를 삭제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법안이 예고되자마자 통합입법예고센터 등 주요 게시판에는 환자들의 격렬한 반대 의견이 빗발쳤다.
입법예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 국민들은 다인실 병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환자들은 병실 안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처치, 소변줄 교체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는데 커튼 한 장으로 이성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인권 침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높아진 불법 촬영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 위험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처럼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복지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복지부는 일반 입원실의 남녀 구별 규정을 현행대로 명확히 유지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환자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단서 규정을 추가하기로 했다.
최종 수정안에 따라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는 두 가지로 제한된다. 전국 모든 의료기관에서 성별을 따로 구분해 운영하기 어려운 중환자실과 부부 또는 직계 가족 등이 공동 간병 등을 목적으로 2인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만 남녀가 같은 병실을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문제는 이 같은 복지부 수정안도 '뒷북행정' 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복지부가 현장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부부가 2인실에 함께 입원하는 사례가 존재했고, 어린이병원의 다인실은 남녀로 병실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법령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사태의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환자 프라이버시와 안전문제다.
환복, 수면, 신체 검사, 간병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와 여성 환자의 불안감이다. 일부에서는 성희롱·성범죄 위험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는 실제 사건 여부와 별개로 "잠재적 위험"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기존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의2는 입원실을 남녀별로 철저히 구별해 운영하도록 규정해 왔다. 이를 위반하는 병원은 1차 시정명령, 2차 영업정지 15일이라는 무거운 행정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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