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6·3 지방선거가 남긴 도전과 과제

권석림 기자 2026-06-05 15:26:59
외신, 정권 견제 심리 작용…"숫자로는 여당 승리, 압승은 아냐"
광주 북구 광주역 앞에서 구청 직원들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이 지방정부를 광범위하게 장악하게 됐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것은 승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한국의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외신들의 평가다.

전국 16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부산·경기·인천·강원·충북·충남·대전·세종·전북·전남광주·울산·제주 등 12곳에서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을 차지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9곳, 국민의힘이 4곳, 무소속이 1곳을 가져갔다. 재보선 대상 14곳 가운데 13곳이 원래 민주당 의석이었음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선전했다는 평가다. 

외신은 특히 수도 서울의 패배에 유권자들의 정권 견제 심리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서울은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이자 중도층 민심의 잣대다. 인구·예산 규모,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한 지역의 결과가 전국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이 어려운 환경 아래서도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숫자로는 정부, 여당이 승리했지만 압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민심을 잘 살펴서 포용의 정치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본인 페이스북에 "6·3 지방선거 승리의 외양은 화려하지만, 서울시장에서 졌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완승했다고 할 수 없다"고 썼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12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에서 패배했으니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순 없다는 지적이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도 본인 페이스북에 "광역비례투표(정당투표) 결과를 보면, 서울 부산 울산 대구 강원 경북 경남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뒤졌고, 충북과 충남 2~3%의 아주 근소한 승리를 했다. 기초단체장은 119:95로 민주당과 국힘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썼다.

집권당의 압도적 우세 구도에서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사실상의 '패배'에 가깝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일부 외신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크게 조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선거는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일부 유권자는 몇 시간 동안 기다리거나 투표하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참정권이 침해당했다는 헌법소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상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2건 접수됐다. 2건 모두 일반 시민이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선관위를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오는 8일 제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가처분은 선관위가 본투표 투표용지와 사전 투표 투표용지 발급기용 롤용지 등을 현재 보관 장소에서 이동·반출·폐기·훼손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엔 고발장이 연이어 접수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노태악 선관위원장, 허철훈 사무총장, 오민석 서울시선관위원장 등을 직권남용·직무 유기·업무상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투표소 14곳에서 투표용지가 동나 유권자들 수백 명이 줄을 서면서 혼란이 생겼고, 오후 4시 30분부터는 아예 투표가 진행되지 못했다”며 “상당수 유권자가 기다리다가 돌아가게 하는 만행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투기감시자본센터·국민연대 등 6개 단체는 전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선관위원장, 위원 등 13명에 대한 직무 유기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서민위가 고발한 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경찰은 초반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관련자 수사를 이어 나가면서, 필요하다면 강제수사도 할 수 있다는 견해다.

선관위가 외부 감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지위와 선거 사무 경험이 없는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본적으로 개헌을 통해 선관위를 독립적인 헌법기관이 아닌 하나의 행정기관으로 두는 것이 맞다"며 "헌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대법관이 각급 선관위 위원장을 맡는 관행을 바꾸고 선관위원장을 선관위원 호선으로 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