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 테크센터 현장에서 현대건설 신재점 CSO가 온열질환 예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체열 감지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근로자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경제일보] 올여름 역대급 폭염과 집중호우가 예고되면서 건설업계가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단순한 근로자 건강 문제를 넘어 작업중지 기준 강화와 공정 차질, 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후 리스크가 건설현장의 핵심 경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20대 건설사 대표이사들과 ‘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폭염 취약계층 보호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폭염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이달 8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215명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105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 사례도 지난달 발생했다.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이후 가장 이른 시기의 사망 사례다.
온열질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정부도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9월 30일까지 폭염안전 특별대책반을 운영하며 전국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단계별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폭염주의보 단계에서는 작업시간 조정과 단축을 실시하고 35도 이상인 폭염경보 단계에서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 중단을 권고한다. 체감온도 38도 이상인 폭염중대경보 단계에서는 긴급 작업을 제외한 모든 옥외작업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폭염 대응 기준 강화가 안전관리 차원을 넘어 공정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은 콘크리트 타설과 철근 조립, 외부 마감 공사 등 야외 작업 비중이 높다. 폭염경보 발령으로 작업시간이 줄어들 경우 후속 공정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공정 일정이 촘촘한 재개발·재건축 현장이나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일정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사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작업시간 감소는 원가 상승 요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도 선제적으로 폭염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국 121개 현장을 대상으로 혹서기 특별점검과 온열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체열 감지 웨어러블 장비를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에서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과 건강관리 활동을 진행 중이며 동부건설도 전 현장을 대상으로 위험요인 점검과 작업중지권 보장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폭염에 이어 장마도 변수다. 집중호우에 따른 붕괴와 침수 사고 우려가 커지면서 국토교통부는 7월 말까지 전국 건설현장 약 3000곳을 대상으로 집중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주요 점검 대상은 장마철 안전관리와 강우 시 콘크리트 타설 여부, 타워크레인 전도 방지 대책 등이다. 흙막이와 터파기, 절토·성토 공사 등 위험 공정은 민간 전문가와 합동으로 점검한다. 올해 1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의 다른 현장과 도심지 10m 이상 굴착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점검도 병행된다.
기후 여건에 따른 공정 차질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폭염과 한파를 공사기간 연장 사유에 포함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후 여건에 따른 공정 차질을 사업 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의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다만 현장별 대응 여력 차이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대형 건설사는 냉방시설과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중소 현장이나 공기 압박이 큰 사업장은 휴게시설 확보와 보냉장비 지급 등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안전관리 비용과 공정 운영 부담아 함께 커지고 있다"며 "현장 가동시간 축소와 작업중지 기준 강화가 이어질 경우 공사기간과 원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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