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새로 집을 구하는 세입자와 기존 집에 눌러앉는 세입자 간 보증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분이 신규 계약에는 바로 반영되는 반면 재계약은 기존 계약 조건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 부족과 이사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서울과 경기에서는 재계약을 택하는 세입자 비중도 높아지는 흐름이다.
6일 직방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을 중심으로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 보증금 차이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분석 대상은 동일 단지·동일 면적에서 신규 계약과 재계약이 모두 이뤄진 전세 거래이며 월세 계약은 제외됐다. 보증금은 거래 중앙값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서울은 수도권 중에서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 격차가 가장 컸다. 전용 59㎡형의 경우 신규 계약과 재계약의 보증금 차이는 1월 3500만원에서 6월 775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벌어졌다. 같은 기간 신규 계약 보증금은 5억원에서 5억4750만원으로 올랐지만 재계약은 4억6500만원에서 4억7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전용 84㎡형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전용 84㎡형의 신규 계약과 재계약 보증금 차이는 1월 4375만원에서 6월 8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신규 계약 보증금은 6억5625만원에서 7억원까지 올랐지만 재계약은 6억1250만원에서 6억2000만원 수준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새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체감하는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진 셈이다.
신규 계약 부담은 경기도에서도 커지고 있다. 전용 59㎡형은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 보증금 차이가 1월 2000만원에서 6월 2200만원으로 소폭 확대됐다. 전용 84㎡형은 같은 기간 격차가 1050만원에서 5100만원으로 커졌다. 신규 계약 보증금은 4억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올랐지만 재계약은 3억8950만원에서 3억99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인천은 신규 계약 보증금이 재계약보다 높은 흐름은 같았지만 격차 확대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6월 기준 전용 59㎡형의 신규 계약과 재계약 보증금 차이는 950만원이었다. 전용 84㎡형은 712만원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증금 격차가 커지면서 기존 집에 머무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서울의 신규 계약 비중은 52.6%에서 45.0%로 낮아졌다. 반면 재계약 비중은 47.4%에서 55.0%로 높아졌다. 4월 이후에는 재계약 비중이 신규 계약을 앞질렀으며 경기도 역시 재계약 비중이 38.6%에서 45.4%로 상승했다.
전세시장에서는 신규 계약과 재계약의 가격 결정 방식이 다르다. 신규 계약은 현재 시장 가격을 바로 반영하지만 재계약은 기존 보증금을 기준으로 협의가 이뤄진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 임대료 증액이 제한되는 점도 보증금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다. 갱신청구권을 쓰지 않는 일반 재계약도 기존 계약을 바탕으로 협상하는 만큼 신규 계약보다 낮은 수준에서 보증금이 형성될 수 있다.
전세 매물 부족도 재계약 선호를 키우고 있다. 새로 전세를 구하려면 높아진 보증금뿐 아니라 이사 비용과 중개보수 등 부대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기존 세입자 입장에서는 시장 가격을 따라 새 계약을 맺는 것보다 재계약을 통해 주거 안정을 유지하는 선택이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경우 신규 세입자의 진입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재계약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 있어 신규 계약 보증금 상승 압력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방 관계자는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 이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선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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