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곳곳에서 과열 신호가 감지됐다. 주가 급등락을 완화하는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반기 기준 역대 가장 많이 발동했고, 시장경보 최고 단계인 투자위험 종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배 넘게 늘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강세장 속에서 추격 매수와 차익 실현이 맞물리며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VI 발동 건수는 2만9357건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 변동성이 극심했던 2020년 상반기(2만4401건)를 넘어선 수치다.
VI는 개별 종목의 가격이 단시간에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일정 시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장치다. 발동 횟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단기 가격 변동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의미다.
시장 과열은 투자경보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상반기 투자위험 종목 지정 건수는 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건)의 20배를 웃돌았다. 투자경고 종목은 379건으로 전년 동기(35건)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투자주의 종목도 271건에서 2944건으로 급증했다.
시장경보 제도는 단기간 주가 급등이나 특정 계좌로의 거래 집중 등 이상 거래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제도다.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3단계로 운영되며,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하루 동안 매매가 정지된다.
지수 변동성도 예년보다 크게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평균 일중변동률은 3.30%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1998년 상반기(3.5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배경으로는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한 강한 매수세와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동시에 출회된 점이 꼽힌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도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5000선을 시작으로 6000선, 7000선, 8000선을 잇달아 돌파한 뒤 지난달 18일에는 9000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이달 3일 8088.34까지 밀리는 등 단기간에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증권가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기업 실적이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의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매도 심리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AI 설비투자(CAPEX) 둔화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오는 7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라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 경우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살아나면서 매도 심리를 완화하고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 장세에서는 방어주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매도 압력에 노출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방어 업종 비중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은행·보험 등 금융주와 인바운드 소비 회복이 기대되는 화장품·유통 업종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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