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LG전자가 초고온·대용량 산업용 히트펌프를 앞세워 글로벌 산업용 냉난방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효율 개선이 산업계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열원을 대체할 차세대 설비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최근 대구 소재 제지기업 아진P&P에 1000RT(냉동톤)급 산업용 히트펌프 시스템 공급을 완료하고 이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Net Zero)'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 LG전자를 비롯한 산학연 15개 기관이 지난 2023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해 온 프로젝트다.
산업용 히트펌프는 일반 가정이나 상업시설용 제품보다 훨씬 높은 온도와 대용량 성능이 요구된다. 이번에 공급한 제품은 기존 산업용 히트펌프의 약 90도 수준이던 출수 온도를 108도까지 높였으며 최대 118도까지 고온수를 공급할 수 있다. 냉방 용량도 최대 1040RT에 달해 대규모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00도 이상의 고온수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제지공장의 건조 공정과 식품 살균, 화학·정유 공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해 탄소배출과 에너지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산업용 히트펌프 시장은 오는 2026년 약 48억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 정책과 산업 부문의 전기화가 확산되면서 친환경 열원 설비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이번 제품에 자체 개발한 대용량 무급유 마그네틱 베어링 기술을 적용했다. 윤활유 없이 구동할 수 있어 유지보수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으며,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에 불과한 친환경 냉매 'R-1233zd'를 적용해 환경성도 강화했다.
회사는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업용 히트펌프 사업을 국내외로 확대하고 있다. 2024년에는 코엑스에 산업용 수열원 히트펌프를 공급했고, 지난해에는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에 지역난방용 산업용 히트펌프를 공급하며 해외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수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용과 상업용, 산업용을 아우르는 히트펌프 풀라인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HVAC(냉난방공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한 '2026년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사업'에서도 최고점을 받아 1위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사장은 "주거 공간과 상업시설을 넘어 산업현장까지 냉난방과 열에너지 활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핵심 부품 기술과 히트펌프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실증이 제지공장에서 먼저 이뤄진 것은 특정 산업을 우선한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며 "향후 식품과 화학, 정유 등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적용 사례와 레퍼런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 출수 온도는 118℃까지 구현할 수 있지만 현재는 제지 공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108℃ 조건에 맞춰 운전하고 있다"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운전 조건에 맞춰 고효율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서 LG전자는 산업용 히트펌프의 핵심인 고효율 압축시스템과 임펠러 등 핵심 기술 개발을 담당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핵심 부품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용 히트펌프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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