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밥 먹듯 서킷브레이커…'오징어게임' 전락한 韓증시, 주범은 삼전닉스 레버리지?

전지수 인턴 2026-07-08 17:40:04
올해 서킷브레이커만 6번째 발동…파생상품이 현물 시장 흔들며 변동성 극대화 레버리지 ETF 자본 쏠림 속 외국인 대규모 이탈…개인 투자자 손실 최고 35% 외부 자문 생략·졸속 도입한 금융당국에 비판 봇물…정치권 "상장폐지" 압박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 외국인 자본 이탈을 부른 주원인으로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주가 왜곡 현상이 지목되는 가운데 정치권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전지수 기자]

[경제일보] 코스피 지수가 연일 크게 출렁이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자본 이탈과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위험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선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하락장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해당 ETF가 충분한 외부 자문 없이 도입돼 파생상품이 현물 주가를 왜곡하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안팎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9.52포인트(5.35%) 급락한 7246.79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에는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결국 이날 장중 지수가 8% 넘게 폭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6번째다. 지난 2000년 해당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역대 발동 횟수는 총 12차례다. 전체 발동 건수의 절반이 올해 집중됐다. 특히 지난 보름동안 서킷브레이커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현재 국내 증시 변동성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한 배경으로 지난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목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 비중을 재조정하는 구조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내리면 매도하는 기계적 매매가 반복된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기업의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해당 파생상품이 현물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국내 증시에 일상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1일 기준 36조51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8755억원에서 431% 급증했다. 전체 레버리지 상품 자산 가운데 40%가 넘는 14조9526억원이 두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다. 이처럼 자본 쏠림이 가속화하면서 생겨난 주요 부작용은 △개인 투자자 손실 확대 △환매 증가 △포지션 재조정에 따른 주가 변동성 증폭 등으로 꼽힌다. 특히 횡보장에서는 원금이 녹아내리는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해 개인 투자자 손실률이 최고 35.9%에 달했다.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외국인 자본은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7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한국 증시가 극단적인 변동성에 노출돼 자칫 '오징어게임'과 같은 카지노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면 결국 국내 개미들만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 과정에서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자문을 전혀 거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당초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해외 유출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허용했다. 시장 파급력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나 시뮬레이션 절차를 생략한 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장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거세지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라며 "증시 변동성이 오면 가계에 큰 충격이 될 수 있어 별도의 안전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금융당국 수장들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어 "지금의 롤러코스피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잡주로 취급받을 것"이라며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강력한 교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또한 7일 본인의 소셜미디어에서 "결국 시장 교란이 심해지고 변동성이 커지고 변동성에 취한 개미들이 몰려들면서 주식시장이 도박판이 되고 말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