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앙선관위 '참고자료' 하달…정치권 거센 공방

권석림 기자 2026-07-10 10:24:35
"미리 결론 낸 '직권남용'"vs"말 그대로 '참고자료'일 뿐"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인 위철환 상임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실무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참고 자료'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문건이 선거 소청 기각을 유도하기 위한 내부 가이드라인이라며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의 사퇴와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선관위는 해당 자료는 업무 지침이 아닌 실무 참고 자료에 불과하며 선거 소청 심리와 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서울시선관위가 심리 중인 선거 소청 사건과 관련해 중앙선관위가 실무 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참고 자료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자료에 담긴 내용이 특정 결론을 사실상 유도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며 중앙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서울시선관위원들에게 '참고 자료'라며 이메일을 보냈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법 위반 또는 무효로 보기 어렵다'는 중앙선관위의 내부 방침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는 사실상 선거 소청을 기각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중앙선관위가 결론을 정해주려 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자료에 반발해 서울시 선관위원 3명이 사임했고, 서울시선관위에 제출된 선거 소청만 97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심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을 직접 겨냥해 "'재선거는 안 된다'고 악착같이 주장하더니 이제는 선거 소청마저 기각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선관위원들을 압박한 것"이라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수사 대상인 위철환 직무대행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옥에서 보낼 시간도 길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국민 특검'밖에 답이 없음을 선관위가 또 한 번 입증했다"며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특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슷한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주 의원은 "위철환 직무대행은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선거 소청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으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실상 결론을 내려놓았다"며 "위 직무대행은 즉각 사퇴하고 특검의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선관위는 국민의힘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중앙선관위는 "중앙선관위는 시도 선거관리위원회가 담당하는 선거 소청 사건의 심리와 결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이 된 자료는 업무 지침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실무 직원 간 참고 자료"라며 "선거 소청 내용과 중복되는 사안에 대해 실무 직원들이 기초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참고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공유하기 위해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무 직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기존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를 정리한 내용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논란은 선거 소청 절차의 독립성과 중앙선관위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선거 소청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여부와 선거관리의 적법성을 다투는 법적 절차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심리해 결정한다.

중앙선관위는 상급 기관이지만 개별 선거 소청 사건의 심리와 의결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참고 자료의 원문 공개와 작성 경위, 배포 대상, 의사결정 과정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제 참고 자료의 내용과 표현, 작성 경위가 공개될 경우 논란의 실체가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선거관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내부 참고 자료의 작성 및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