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AI가 친구의 목소리와 행동을 흉내 내는 공포게임이 200만장 판매를 넘어섰다. 개발을 돕거나 배경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AI)이 게임의 규칙과 재미를 직접 만드는 ‘AI 네이티브 게임’의 시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크래프톤은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미메시스’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200만장을 돌파했다고 13일 밝혔다.
미메시스는 4명이 함께 생존하는 협동 공포게임이다. 지난해 10월27일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뒤 50일 만에 100만장을 판매했고 지난달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다시 100만장을 추가했다.
◆ 추격 대신 의심…AI가 공포 연출
게임의 핵심은 동료를 모방하는 AI 몬스터 ‘미메시스’다. 이용자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학습해 동료 사이에 숨어든다. 플레이어는 옆에 있는 캐릭터가 친구인지 AI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다른 공포게임이 괴물의 추격이나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으로 긴장감을 만드는 것과 달리 미메시스는 함께해야 살아남지만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을 공포의 원천으로 삼았다. 같은 AI의 행동도 이용자들의 대화와 대응에 따라 달라져 정해진 연출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한다.
지난달 업데이트에서는 AI NPC의 판단과 행동을 고도화하고 게임 진행 구조와 난이도를 개편했다. 스팀에서 전체 이용자 평가는 약 8000건을 기준으로 ‘매우 긍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30일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 수준으로, 콘텐츠 분량과 반복성에 대한 보완 요구도 확인된다.
AI가 친구를 흉내 내는 장면은 스트리밍과 숏폼 콘텐츠에도 적합했다. 플레이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대화와 배신 장면이 만들어져 시청자가 상황을 즉시 이해하고 공유하기 쉽기 때문이다.
크래프톤 집계에 따르면 미메시스 관련 콘텐츠의 누적 시청 시간은 약 1034만시간, 콘텐츠별 최대 동시 시청자 수 합계는 380만명을 기록했다. AI가 생성한 돌발 상황이 이용자의 플레이를 거쳐 다시 영상 콘텐츠로 확산되는 구조가 판매 증가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렐루게임즈는 AI 기술을 게임의 핵심 규칙으로 활용해왔다. 이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공격으로 바꾸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과 AI 챗봇 기반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앞서 선보였다. 소규모 실험작에서 축적한 기술과 기획 경험이 미메시스에서 대중적인 협동게임으로 확장된 셈이다.
◆ CEDEC 우수상…최우수상은 아직 결정 전
미메시스 개발팀은 일본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CEDEC 어워드 2026’ 게임디자인 부문 우수상에 선정됐다. 주최 측은 플레이어로 위장한 AI가 공포와 웃음을 함께 만드는 새로운 음성채팅 경험을 구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최우수상 수상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메시스를 포함한 우수상 선정작들이 후보에 올랐으며 투표를 거쳐 최종 결과가 정해질 예정이다. ‘한국 게임 최초 우수상’이라는 설명 역시 주최 측 공식 자료에서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아 회사 발표에 따른 표현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크래프톤은 미메시스를 대형 프랜차이즈 IP로 육성할 계획이다. 장기 흥행을 위해서는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지적되는 콘텐츠 반복성을 줄이고 AI 모방의 정확도와 상황 다양성을 지속해서 높여야 한다.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는 “AI가 개발을 돕는 도구를 넘어 게임의 재미 자체를 만드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AI와 게임의 결합을 통해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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