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TSMC만으론 부족"…AI칩 공급망 다변화에 삼성 파운드리 기회 커진다

정보운 기자 2026-07-14 18:06:04
테슬라 AI5 삼성·TSMC와 협력…생산처 분산 움직임 주목 테일러 2나노 양산 발판 마련…수율·패키징 경쟁력은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완쪽 세 번째)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왼쪽 네 번째)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경제일보] AI 반도체 공급망이 'TSMC 일극 체제'에서 다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도 반등 기회가 열리고 있다. AI칩 수요 급증과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산처를 복수의 파운드리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의 차세대 AI 반도체 ‘AI5’에 대한 테이프아웃을 마치고 시제품 생산과 공정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테이프아웃은 반도체 설계를 완료한 뒤 최종 설계 데이터를 파운드리에 넘기는 단계로 실제 양산까지는 시험 생산과 수율 안정화, 고객사 승인 절차 등이 남아 있다.

테슬라는 AI5 개발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TSMC 양쪽과 협력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월 AI5 설계를 마쳤다고 밝히며 두 회사에 감사를 표했다. 업계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가 각기 다른 공정과 생산 거점에서 AI5를 공급하고, 후속 제품인 AI6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주력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165억 달러, 당시 환율 기준 약 22조7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33년 말까지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겸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 차세대 칩의 본격적인 양산을 2027년 하반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테슬라 한 곳의 수주를 넘어 AI 반도체 고객사들의 생산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첨단 AI칩은 설계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물량과 첨단 패키징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정 업체에 생산을 몰아줄 경우 공정 차질이나 공급 부족이 발생했을 때 제품 출시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TSMC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고객사들이 공급처 다변화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70%를 웃돈 반면 삼성전자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특히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의 주문이 TSMC의 미세공정과 CoWoS 첨단 패키징에 집중되면서 공급 병목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TSMC는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만 자이과학단지에 첨단 패키징 공장 두 곳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는 등 CoWoS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AI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TSMC 경영진도 회사가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이 되지 않도록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환경은 삼성전자에는 반격의 기회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급 첨단 공정과 미국 현지 생산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된 첨단 반도체를 원하는 고객사에는 대만 생산을 보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는 셈이다.

테슬라 물량을 안정적으로 양산하면 테일러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2나노 공정의 대형 고객 레퍼런스도 확보할 수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한 번 검증된 공정을 중심으로 후속 수주가 이어지는 특성이 강한 만큼 AI5와 AI6의 양산 성과가 향후 글로벌 고객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TSMC 독주 체제의 균열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TSMC는 미세공정 수율뿐 아니라 설계자산(IP)과 고객 지원,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생태계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에도 3나노와 2나노, CoWoS 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테슬라와의 계약을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려면 2나노 수율과 양산 안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테이프아웃 이후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양산 시점이 늦어질 경우 추가 수주 확보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반등 여부는 테슬라 수주 자체보다 이를 안정적인 양산 실적과 후속 고객 확보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AI칩 공급망 다변화라는 시장의 요구가 커진 가운데 테일러 공장의 2나노 양산 성과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