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러시아 경유 막히자 마진 급등…韓 정유사에게 찾아온 '기회'

김태휘 인턴 2026-07-14 17:48:23
우크라 드론 공격·중동 정제시설 복구 지연…글로벌 경유 공급 불안 확대 韓 세계 5위 정제능력 보유…수출 관리 속 석유제품 공급 확대 주목
국내 정유시설.[사진=GS칼텍스]

[경제일보]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정유시설에 피해를 입자 경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러시아산 물량이 시장에서 빠지는 가운데 중동 지역의 정제시설 복구 지연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망에서 국내 정유사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일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경유까지 통제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주요 정유시설의 가동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여름철 내수 수요까지 늘어나자 자국 내 공급을 우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발 공급 충격은 곧바로 국제 경유 시장에 반영됐다. 미국의 경유 제품 마진은 지난달 26일 배럴당 62.84 달러에서 이달 8일 80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 경유 제품 마진도 지난달 말 배럴당 60 달러 안팎에서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60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경유 마진도 뛰었다. 국내 정유사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와 경유 제품 가격의 차이는 지난 10일 기준 배럴당 55.1달러로 집계됐다. 불과 이틀 만에 5.2달러 상승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수출 중단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도 석유제품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일부 정제시설의 정상화가 늦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다시 높아지면서 주요 정유국들은 부족한 물량을 메우기 위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경유와 휘발유, 항공유의 해외 공급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석유제품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정유사의 수출을 재개하는 등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내 정유업계도 글로벌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수출 시장에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하루 약 320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춘 세계 5위 수준의 정제국으로, 정유사들이 생산한 석유제품 가운데 상당량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1~5월 총 1억8801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경유는 7636만 배럴로 전체 수출 물량의 40.6%를 차지했다. 러시아와 중동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정유사의 수출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국제 경유 가격과 제품 마진 상승이 국내 정유사의 수출 증가로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정부가 중동 전쟁 이후 국내 석유제품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 물량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 관리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 수준으로 제한돼 있어 국제 시황이 좋아지더라도 정유사가 추가 수출을 크게 늘리는 데는 제약이 있다.

정유업계는 러시아의 수출 제한과 중동 정세,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 등을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공백이 이어질수록 한국 정유사의 공급 능력은 주목받을 수 있지만 국내 수급 안정과 수출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급 안정 정책에 맞춰 국내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도입선 다변화와 공급망 점검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중동 상황과 시장 변화를 면밀히 살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