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FDA, 의약품 제조소 등록 규정 손본다…분산 생산 허용·해외 공급망 관리 강화

안서희 기자 2026-07-18 14:00:00
단일 등록 허용으로 생산 효율↑…해외 시설 관리 강화 분산형 제조 제도화…API 해외 공장도 등록 의무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 제조소 등록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분산형 생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해외 제조시설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 공급망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의약품 제조시설 등록 및 의약품 목록 등재 요건을 개정하는 규정안을 연방관보에 게재하고 오는 9월 11일까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여러 생산 거점을 하나의 제조시설로 묶어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의 등록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분산 제조(Distributed Manufacturing)’의 제도화다. FDA는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구조로 운영되는 생산 모델을 공식 인정하고 이들 시설을 단일 제조소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동일한 품질관리 체계를 갖춘 생산 네트워크라도 각 시설별로 개별 등록과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 부담과 시간 지연이 반복되며 생산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중앙 품질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생산시설이 연결된 구조를 하나의 제조소로 등록할 수 있다. 설비 추가나 이전, 삭제 역시 간소화된 절차로 신고할 수 있어 기업의 운영 유연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동시에 시설 이동 시 사전 통보 의무를 부과해 FDA의 실시간 감독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장치도 마련했다.

또 다른 축은 해외 제조시설 관리 강화다. FDA는 특히 활성의약품원료(API)를 생산하는 해외 업체의 등록 요건을 명확히 규정했다. 지금까지 일부 해외 시설은 미국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록 대상에서 빠져 ‘상류 공급망’ 파악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FDA는 미국 내 판매되는 브랜드 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미등록 해외 제조업체가 25곳, 일반의약품 성분을 생산하는 미등록 업체는 16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새 규정안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으로 수입되거나 수입 예정인 의약품의 제조·가공·재포장·재표시에 관여하는 모든 해외 시설은 등록 의무를 지도록 했다. 중간 단계에서 추가 공정을 거치는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의약품 목록 등재 요건 역시 동일하게 강화돼 생산 경로 전반을 추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FDA는 이를 통해 공급망 투명성을 높이고 안전성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약품평가센터장 대행 마이클 데이비스 박사는 “의약품 원료의 출처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환자 안전의 출발점”이라며 “해외 제조시설의 등록 공백을 메우는 것은 공급망 신뢰를 높이는 핵심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팬데믹 대응 입법인 ‘PREVENT Pandemics Act’의 후속 조치도 반영됐다. 해당 법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의약품 제조에 관여하는 해외 시설의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한 바 있다. FDA는 이를 구체화해 제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정 변화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생산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산형 생산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면서 맞춤형 의약품이나 지역 기반 생산 모델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제조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료 조달 구조를 재점검해야 하는 부담도 동시에 커질 전망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효율성과 통제’라는 두 축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생산 방식은 유연하게 풀되 공급망 관리는 더욱 촘촘히 하겠다는 방향이다. 규정 확정 이후 글로벌 의약품 생산 지형이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