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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운의 강철부대] 주름 잡으려 티타늄 넣었다…삼성전자, 폴더블 '주름·두께·내구성' 한 번에 해결

정보운 기자 2026-07-19 08:00:00
폴리머 대신 초박형 티타늄 합금 필름 적용…디스플레이 구조 재설계 힌지 중심 경쟁 넘어 소재·정밀 가공 기술이 차세대 폴더블 승부처 부상
플렉스 티타늄 디스플레이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경제일보] 폴더블 스마트폰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제조사들은 화면의 자연스러운 접힘 구현과 힌지의 슬림화·내구성 강화에 기술력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스플레이 내부 소재가 제품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갤럭시 폴더블에 처음 적용한 '플렉스 티타늄(Flex Titanium)' 역시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폴리머 필름을 초박형 티타늄 합금 필름으로 대체하고 디스플레이를 지지하는 플레이트까지 티타늄 기반으로 설계하며 폴더블 구조 자체를 재설계했다. 단순히 새로운 금속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 폴더블의 가장 큰 숙제였던 주름과 두께, 내구성을 동시에 개선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잘 접히면서도 단단해야 한다'…폴더블의 오래된 딜레마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은 화면 중앙에 생기는 주름이었다. 반복적으로 접고 펴는 구조상 일정 수준의 주름은 불가피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과 비교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구조적으로 상충되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면은 부드럽게 접혀야 하지만 펼쳤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평평해야 한다. 디스플레이를 너무 유연하게 만들면 화면을 지탱하는 힘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강성을 높이면 접히기 어렵거나 제품 두께가 두꺼워질 수 있다.

폴더블 기술이 수년간 힌지와 디스플레이 구조를 끊임없이 개선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화면을 얼마나 잘 접느냐보다 접은 뒤 얼마나 원래 형태를 유지하느냐가 제품 완성도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플라스틱 대신 티타늄, 소재부터 다시 설계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택한 해법은 디스플레이 내부 소재를 바꾸는 것이었다. 기존 폴리머 필름 대신 OLED 패널 아래에 초박형 티타늄 합금 필름을 적용했다. 회사에 따르면 티타늄 합금 필름은 기존 폴리머보다 약 20배 높은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초정밀 압연 공정을 통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3분의 1 수준까지 얇게 구현됐다.

강성이 높다는 것은 화면을 펼쳤을 때 보다 단단하게 지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화면이 받는 압력을 균일하게 분산시키면서 중앙부 변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극도로 얇은 두께를 유지해 슬림한 디자인까지 확보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티타늄은 항공우주와 의료기기 등에 활용될 만큼 강도가 높지만 그만큼 가공도 어렵다. 높은 탄성과 강성 때문에 얇게 압연하거나 정밀하게 성형하기 쉽지 않은 소재로 꼽힌다. 삼성은 이러한 특성을 역으로 활용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구조에 적용했다. 단순히 강한 금속을 넣은 것이 아니라 접히는 구조에 맞도록 새로운 형태의 티타늄 부품을 설계한 것이다.
 
승부처는 힌지가 아니라 '화면을 받치는 금속'
이번 기술에서 주목할 부분은 티타늄 합금 필름뿐만이 아니다. 그 아래에는 화면을 지지하는 티타늄 플레이트가 새롭게 적용됐다. 이 플레이트에는 접힘 부위의 미세 홀(hole)을 더욱 작게 만드는 정밀 가공 기술이 적용됐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금속판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화면이 접혀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패턴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구멍이 너무 크면 화면을 충분히 지지하지 못하고 너무 작으면 접히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삼성은 미세 홀 구조를 개선해 접힐 때는 유연하게 움직이고 펼쳤을 때는 화면을 보다 균일하게 지지하도록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중앙 주름을 줄이는 동시에 반복 개폐에 따른 내구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폴더블 경쟁의 중심이 힌지에서 디스플레이 하부 구조와 정밀 금속 가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면을 접는 기술보다 접힌 화면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복원하느냐가 차세대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티타늄 시대' 연 폴더블…공급망도 달라질까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향후 폴더블 부품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티타늄은 기존 폴리머보다 원재료 가격이 높고 초박형 압연과 미세 홀 가공 등 생산 공정의 난도가 높은 소재다. 대량 양산 과정에서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관련 기술을 확보한 소재·부품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초박형 티타늄 압연 기술과 정밀 가공, 접합 기술을 보유한 협력사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폴더블 시장의 경쟁력은 스마트폰 제조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와 금속 가공, 디스플레이 공정까지 연결된 공급망 전체의 기술 수준이 좌우하게 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폴더블 디스플레이 역시 더 이상 힌지 경쟁만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제는 화면을 접는 기술보다 펼쳤을 때의 평탄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술이 제품 완성도를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제조사들의 승부처는 눈에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소재와 초정밀 가공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티타늄이 폴더블폰 내부로 들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세대 폴더블 시장의 주도권은 결국 더 얇고 더 단단한 금속을 얼마나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소재 경쟁'이 새로운 게임의 룰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