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재격화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도 국내 원유 수급에는 당장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과 선박 공격, 미군 전사자 발생 등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체 물량 확보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계획 역시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기존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한 채 상황 변화에 따른 추가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19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원유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정유업계가 선제적으로 확보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은 전년 대비 100% 이상이며, 내달 도입 물량 역시 약 74% 수준까지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경로를 활용해 대체 원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등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원유 수급 및 유조선 통항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긴장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공격과 재봉쇄 선언 등으로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제유가 역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난 3월 중동 전쟁 초기와 비교하면 오름폭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17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2.49달러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4.5% 상승했다. 전쟁 초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이다.
정부는 현재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 단계 상향이나 공공 부문 차량 2부제 재시행 등의 추가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주의' 단계로 하향 조정했으며, 천연가스에 내려졌던 '주의' 경보 역시 해제했다. 이에 공공 부문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는 지난 1일부터 모두 해제된 상태다.
다만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정부의 석유 가격 안정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3월 중동 전쟁 이후 국내 기름값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 인하하고 국제유가 추이를 고려해 제도 종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격화되면서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 역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의 비상 대응 체계만으로도 원유 수급 안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대체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과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 대응 방안도 유연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지난 13일 회의에서 "정부와 정유·해운업계가 긴밀한 소통하며 국민생활의 불안이 없도록 수급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줄 것"을 강조하며 "중동정세 불안정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우리 석유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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